since.2000.09.07

죠니 뎁의 저 씨익 쪼개는 웃음이 일품 ♡

개봉한 지는 꽤 됐습니다만, 최근에 걸린 영화 중에는 썩 당기는 게 없었던 지라 뒤늦게나마 보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 평도 꽤 괜찮았는데, 역시나 입소문이란 그냥 나는 건 아니더군요.


이 캐러비안의 해적은 마치 어릴 적 읽었던 소년 소설의 느낌을 고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12소년 표류기‘와 같은 작품을 읽는 듯한 템포와 분위기, 그리고 후까시만 잡는 게 아니라 적당히 지저분하고 건들건들(죠니 뎁의 경우는 살랑살랑…;)한 해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역시 죠니 뎁이 맡은 잭 스패로우라는 해적이 아니었나 싶군요. 반지의 제왕에서 레골라스로 이미 이름을 떨치고(…) 있는 올랜도 블룸의 윌 터너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서 늘 ‘말괄량이‘라고 칭하는 전형적인 여자 캐릭터인 엘리자베스도 무난했지만, 이 잭 스페로우는 영화를 장악하지 않으면서도 극 속에 스며들어 존재감을 강하게 발산합니다. 제프리 러쉬의 바르보사라는 해적이 고전적이라면 죠니 뎁의 잭 스패로우는 약간은 일탈한 매력을 풍긴다고 해야 할까요. ^^; 눈 밑에 시커먼 칠을 하고 머리에 구슬 장식(?)을 한 채 요리 붙었다 조리 붙었다 하면서도 간간히 보여주는 잔재주들이 멋지더군요. 초인적이지 않고 궁색한 이미지의 해적이라는 것도 좋았고 말이지요(역시 거북이 껍질을 탄 건 아니었더군요).

중에서 따지자면 윌의 아버지의 친구가 죠니 뎁인데 얼굴로 봐서는 별로 그렇게 보이진 않더군요. -_-;;
두 사람이 친구처럼 옥신각신하며 블랙 펄을 뒤쫓는 약간은 푼수같은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후반부에서 모이는 죠니 뎁 쪽의 해적 멤버들이 좀 더 활약을 해줬더라면 좋았을 것 같고 전설의 잭이라지만 그다지 전설의 ‘캡틴‘으로서의 모습은 볼 수 없어서 아쉬움이 남네요.
2편 제작 이야기가 있던데 2편에서는 ‘캡틴‘으로서의 잭의 모습도 좀 더 보고 싶군요.

지극히 디즈니스럽지만 그래도 디즈니스러운 ‘재미‘는 확실했던 영화였습니다. 오락 영화 치고 러닝 타임도 꽤 됐는데 그다지 지겹지 않았다는 점도 의외더군요.

Which ‘Pirates of the Caribbean‘ character are you?:
http://lucid.lunacy.nu/quiz/pirates.html
저는 윌 터너가 나오는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