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Category: read,

  • 크게 보자면 하나의 테마로 묶인 단편집. 세상의 부조리함은 세월이 흘러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그래서 중간의 ‘할망의 귀환’이나 ‘창백한 눈송이들’ 같은 작품에서 어떤 ‘초자연적인 힘’으로라도 일상의 악(惡)을 응징하는 이야기는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글퍼진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멋지게 악이 멸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까. 어쩌면 그래서 인간은 소설을 읽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말에 적힌대로 조심스러웠을 소재를 에두르지 않고 명료하게 이야기로…

  • 이 작가를 알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는데, 도서관에 예약도서를 찾으러 갔다가 뭐 더 볼 게 없을까 둘러보다 눈에 띈 책이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였고 내용이 너무 좋았다.(다 읽고 나면 정말 미술이든 어느 분야든 징글징글하게 여자들은 안 끼워주는구나 생각하게 된다) 브런치에 작가 계정이 있길래 구독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한국일보에 연재중이던 칼럼을 묶어 신간이 나온다고 올라온 글을 보고 바로…

  • 타임라인에서 언뜻 제목을 보고 재미있어 보여 도서관에 신청한 책이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건 좀더 요리에 대한 이야기였으나 실제 내용은 미스 일라이저가 요리책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그녀의 하녀 앤과 의기투합해서 요리를 해나가…는 내용이 산만하게 이것저것 건드리며 흘러가다가 결국 마지막 장에서 요리책에 대해서는 ‘뭉뚱그리고’ 끝나는 애매한 작품이었다. 주인공인 미스 일라이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자면 실존 인물로, 일라이자 액턴Eliza Acton은 영국에서…

  • 특별히 글을 남길 생각 없이 책을 집었는데 어제의 모차르트와 오늘의 클림트가 살던 곳이 우연하게도 같은 곳─오스트리아의 빈─이어서 짧게 기록. 모차르트 시절의 빈은 그가 잘츠부르크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화려하게 꽃피는 시절이었다면 클림트의 빈은(클림트는 평생을 빈에서 살았다고) 합스부르크 제국이 쇠락을 거쳐 종말로 향하고 있던 시기였다. 주변의 유럽 국가들에서는 서서히 미술의 사조가 바뀌어 갈 즈음이었으나 빈은 아직까지…

  • 괴테는 1829년 비서이자 제자인 요한 페터 에커만과의 대화에서 “천재란, 악마가 인간들을 놀리거나 조롱하기 위해, 그 누구나 자신의 목표로 삼을 만큼 매력적이며, 또한 도달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인물들을 이따금씩 이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p304 TVN의 벌거벗은 세계사라는 프로를 가끔 챙겨 보는데 이번 주에는 모차르트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러고 마침 예약도서를 찾으러 간 김에 둘러보다 이…

  • 애니메이션을 보고 책이 좀더 디테일하지 않을까 해서 빌렸는데 그림과 함께 짧은 글들로 이뤄진 에세이라 오히려 이쪽은 스토리 라인이랄 게 거의 없었다;; 만약 애니메이션을 안 봤으면 마지막 엔딩이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듯. 대충 이런 느낌. 그래도 역시나 애니메이션에서는 빠진 장면들이 있고 조용히 앉아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하기 좋았던 책이었다. 가끔 꺼내보고 싶어질 것 같아 새 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