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라인에서 언뜻 제목을 보고 재미있어 보여 도서관에 신청한 책이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건 좀더 요리에 대한 이야기였으나 실제 내용은 미스 일라이저가 요리책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그녀의 하녀 앤과 의기투합해서 요리를 해나가…는 내용이 산만하게 이것저것 건드리며 흘러가다가 결국 마지막 장에서 요리책에 대해서는 ‘뭉뚱그리고’ 끝나는 애매한 작품이었다.

주인공인 미스 일라이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자면 실존 인물로,

일라이자 액턴Eliza Acton은 영국에서 국내 독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요리책 중 하나인 Modern Cookery for Private Families를 제작한 영국의 음식 작가이자 시인이었는데, 이 책의 특징이라면 기존의 책들과 달리(그전에는 재료의 양이나 조리 시간 등이 적혀있지 않았다고-그래서 영국 요리들이…) 재료를 나열하고 각 조리법에 대한 권장 요리 시간을 제공하는 현재 보편적인 관행을 정립했다는 점이었다. 또한 기존에 자두 푸딩이라고 부르던 요리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푸딩’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레시피를 정리했다.

wikipedia 일라이자 액턴

일라이자와 앤, 두 주인공의 챕터가 나뉘어져 번갈아 등장하는 구성인데 각 챕터의 호흡이 너무 짧아서 일단 에러. 넉넉한 집안에서 교육받고 자란 일라이자와 하녀인 앤의 상황이 극과 극을 달리는데 배경과 사건들은 구분이 뚜렷하지만 막상 두 사람의 캐릭터가 선명하지 않다.

이 소설의 포인트는 음식에 대한 묘사일 텐데 그게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도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읽으면서 군침이 도는 포인트가 별로 없다;;; 일라이자만 혼자 계속 군침이 돈다) 아무래도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음식들이 아니라 묘사를 보면서 맛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도 방해요소 중 하나일 듯.

시집을 내려고 출판사를 갔다가 (모욕적이게도) 요리책을 써오라는 말을 들은 주인공이 작정하고 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큰 줄기가 돼야 하는데 가상의 인물인 청혼자의 청혼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앤의 어머니가 입원한 정신병원에 대한 당시 척박한 실정 등등, 너무 많은 것들을 담으려는 욕심이 오히려 ‘핵심’이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버렸다.

도서관에서 빌려볼 정도로는 추천. 구매는 비추천. 🤔

정작 일라이저 액턴에 대한 설명이 그리 친절하지 않아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위키피디아에 있는 그녀의 페이지를 먼저 보면 후반에 갑자기 등장하는 수재너라든지 기타 상황에 대해 이해하기 쉬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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