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ula Rasa

교고쿠 나츠히코의 소설은 한동안 관심을 끊고(?) 살았는데 도서관에서 검색하니 못 본 책이 한권 눈에 띄어서 예약 신청. 

그리고 책을 찾으러 갔더니 예약도서 챙겨주는 사서분이 책을 건네주면서 정말 무심코 ‘어후’ 라고 한숨 비슷한 걸 내쉬길래 뭔가 되게 고리타분한 책을 읽는 사람으로 보였나? 싶어 ‘이 작가 재미있어요’ 했더니 본인도 굉장히 무안했는지 서로 어허허 웃고 나왔습니다….

…만.
 책을 읽고있자니 그때 그 분의 ‘어후’는 이미 이 책을 읽은 후의 ‘어후, 이 재미없는 것을’이 아니었을까 라는 의심이 스물스물 올라오네요. -_-;

지금까지도 이 작가의 제일 대표작은 망량의 상자라고 생각하는데, 그 외의 작품들은 일종의 관성(?)으로 읽게 돼요. 예전만큼 막 열심히 찾아 읽지는 않지만 눈에 띄면 꼭 집어들게 되는 듯. 어쨌거나 현대물(‘죽지 그래‘는 정말 썰렁했음)보다는 이런 음산한 계열이 나은 편이죠. 

읽다보니 어디선가 본듯한 이야기, 낯익은 이름들 같아서 찾아보니 지금까지 나온 장편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이드 스토리쯤 되네요. 문제는 장편을 읽은지가 너무 오래돼서(우부메를 읽은 게 딱 9년전이로군요. -_-) 연결해서 재미를 느끼기가 어려웠어요..; 마지막 단편은 우부메 사건 직전의 세키구치 이야기인데 그나마 이거 하나 제대로 알아보겠네요.

장편을 하나도 안 읽은 상태에서라면 약간 뜬금없을 듯합니다.
제목 그대로 귀신들에 대한, 사람에게 그 귀신이 씌이면(?) 어떻게 마음을 좀먹어가는가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작가 특유의 공허하고 불안정한 등장인물들이 충분한 설정 설명 없이 이야기들을 쏟아내서  오늘같이 비가 철철 오는 어두컴컴한 날씨에는 제법 어울리지만 재미 면에서는 좀 아쉽네요…; 이거 때문에 그 두꺼운 장편 시리즈들을 모두 다시 읽을 수도 없고… 
교고쿠도 시리즈를 막 다 읽은 사람이라면 딱 재미있게 볼 수 있겠어요.

그나저나 이 작가의 ‘철서의 우리’를 분명 읽었다고 기억하는데 블로그를 뒤져봐도 책장을 훑어도 책이 안 보이는 걸로 봐서 다른 작품과 착각을 했거나 본 다음에 누구를 줘 버린 걸까 싶군요…-_-;; 

ps. 예전 트윗글을 검색해보니 2년전쯤에 철서의 우리를 읽긴 했네요. 보통 책은 사서 읽었는데 이 책은 어디로 갔다냐…

백귀야행 음(陰)

교고쿠도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손안의책

201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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