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화요일.
낮에 친구랑 집에서 더할나위 없이 신나게 놀고 늦은 오후에는 줄넘기를 하고 들어온 린양이 저녁을 먹다말고 그 자리에서 다 게워냈다. 보통 토하는 일이 잘 없었던지라 격하게 놀고와서 급하게 밥먹다 체한건가 싶어 일단 그만 먹이고 쉬게 했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정말 먹은 걸 끝까지 다 비워내더란. 좀 안정이 된 듯하길래 그대로 재웠는데 한시간쯤 자더니 배가 아프다며 깨서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세브란스 응급실로 출발.

엑스레이를 찍은 후 사진을 보며 의사선생님에게 몇가지 짐작이 가는 복통의 원인에 대해 들은 후 추가로 로타 바이러스 검사를 했는데 딱 당첨됐다. -_- (돌 즈음에 정말 초음파까지 찍어보며 원인을 찾아도 알수 없었던 장염 이후로 나는 제일 무서운 게 장염… 사실 결과 듣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부부는 ‘훗 이번에도 장 운동성이 떨어져서 블라블라 겠지’ 하며 낙관적이었다.;;)
구토 외에는 비교적 컨디션이 좋은 편이었는데 정말 물만 들어가도 고스란히 올리니 탈수 때문에라도 입원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결국 새벽 2시에 입원실로 이동.(이 날 유난히 응급실이 난리도 아니어서 두돌쯤 되는 아이 하나가 거짓말 안 보태고 11시쯤부터 세시간을 꼬박 쉬지않고 대성통곡을 했는데-그 체력으로 대체 어디가 아픈 거냐;;- 이게 계속 응급실 안 애들의 울음보를 자극, 돌림처럼 세시간동안 악을 쓰는 울음소리가 난무해서 차라리 입원실 가는 게 반갑기도…. 그랬더니 우리 입원하고 한시간 뒤쯤 갸도 입원했는지 그 울음소리가 근처에서 다시 울려대던데 그게 꼬박 밤을 새서 들리더니 다음날 그 목소리는 완전히 쉬었더라;;)

로타 백신은 린양 신생아 때만 해도 나온지가 얼마 안돼서, 4개월째에 입국하고 찾아보니 이미 접종시기를 놓친데다가 늦으면 효과도 없다고 해서 그냥 지나갔는데 의사선생님 말이 그래서인지 요즘 이 나이대 환자가 꽤 많다고라..;; 로타는 이 나이에 걸리면 심하게 앓는 경우가 많고 바이러스성 장염이라 정해진 치료제가 없으니 그냥 경과를 보며 나아지길 기다려야한단다.
먹은 것 때문에 걸리는 건 아니고 뭔가 만지거나 할 때 감염된다는데, 린양이 입학과 이사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 제대로 걸린 듯싶다.

하루 경과 보고 구토만 멎으면 퇴원해도 된다고 했는데, 병이라는건 역시 시간이 차야 낫는 법인지 어제 오후까지도 계속 올리다가 오늘에서야 약간 나아지고 있다. 내일 오전까지 봐서 더 토하지 않으면 퇴원할 수 있다는데 어떻게 되려는지…

입원을 하니 일단 전혀 못먹어도 수액을 맞고 있으니 애가 늘어질까 걱정할 일이 없는 건 편하고 당연히 그 외에는 불편한 일 투성이.^^; 애 입학, 이사를 넘기면서 버티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래도 안 쓰러질테냐’ 하며 카운터 펀치 한방 더 먹이는 기분.
그나마 나같은 경우야 친정이 가까워서 언제든지 달려와주시니 힘들다고 할 것도 없긴 하지만.

전염성이 강한 병이라 1, 2인실 이외에는 입원도 안된다는데 그나마 자리가 나서 들어오니 옆자리도 로타 걸린 7살 여자아이였다. 우리가 들어온 날 오전에 바로 퇴원했는데 그 뒤로 그 자리에 아무도 안 들어오는 걸 보니 전염성 때문에 일부러 비워두는 듯. 덕분에 2인실을 1인실처럼 조용하게 쓸수 있어 좋았다.;

어쨌거나 이렇게 린양은 ‘입원’이라는, 나는 ‘입원 병간호’라는 경험치를 얻었다.(이런 경험치 늘리고 싶지 않닷! -_-+) 물론 이 경험치는 어릴 때 감기 한번 걸리면 기본이 폐렴이라 일주일씩 입원해야했던 막내동생을 키운 우리 엄마에 비하면 참으로 보잘것없지만…(?)

출산 예정이 있으신 분들, 아기 낳으면 로타 백신은 꼭 챙겨 맞히시길…ㅜ.ㅜ

20140320-234606.jpg

by

/

30 respon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