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전시회는 가끔 보러 다녀도 현대미술쪽으로는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작년에 대구에서 열린 쿠사마 야요이 전시회는 작품 사진들 보고 좀 땡겼는데 예술의 전당에서 어느 새 시작했네요. 기간은 6월 15일까지라고 합니다.
자신의 강박증과 환영을 작품으로 만들어냈다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들은 하염없는 물방울 무늬(?)와 함께 펼쳐집니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흔하다면 흔한 ‘물방울 무늬’를 이렇게 강렬하게 자신만의 ‘상징’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대단했어요. 세상에 물방울 무늬가 들어간 물건들은 널렸지만 작품을 다 보고 나오니 ‘쿠사마 야요이의 물방울 무늬’는 앞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전시는 1~3층으로 나뉘어있고 일반 전시 작품들은 사진 촬영도 가능, 회화류는 촬영불가였습니다. 3층에서는 티켓을 재확인하니 잘 챙겨두고 관람을 해야 해요.
가기 전에 눈에 들어왔던 건 점박이 호박(?)이었는데 직접 가서 보니 거울을 이용한 다양한 효과들이 멋지더군요. 2층에 가득했던 이토 준지를 생각나게 하는 회화들은 별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만… -_-;
이 전시의 백미는 역시 작은 방 안에 물과 거울과 동그란 조명들만으로 한참을 넋을 놓을만큼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 ‘Infinity Mirrored Room-Gleaming Lights of the Souls 2008’ 였어요.
그 방 안에 있을 때도 감탄했는데 찍은 사진을 보니 마치 우주 공간에 서 있는 듯해서 마음에 드네요. ^^
전시의 끝은 나눠주는 스티커를 가지고 직접 붙이며 이 세계에 동참(?)할 수 있는 소멸의 방(Obliteration Room)입니다.
사람들이 스티커를 붙일수록 무늬는 증식할텐데 왜 제목은 소멸의 방일까 궁금했는데 스티커가 늘어날수록 맨 처음의 방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해요. : )
어쨌거나 그 사람이 보고 있는 세계가 저렇게 점으로 가득한 환각이라면-심지어 점이 막 움직이기까지 한다고…?- 대체 어찌 견디는 걸까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