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 시인 이육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전현무가 ‘꽃’이라는 시를 좋아한다며 “‘툰드라’에도 어쩌고 하는 시잖아” 하길래(과연 주낳괴─주입식 교육이 낳은 괴물…) 지리시간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듣는 ‘툰드라’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시도 있나, 하고 찾아보니 정말로 있었다…;
나는 이육사의 시는 청포도, 광야 정도만 익숙했는데 갑자기 나머지 작품들도 궁금해져서 책을 주문했다.
시를 쓰기 시작한 건 당시로서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27세부터였고 그 후 10년 정도의 세월 동안 40편 정도의 시를 남겼다고 한다. 주문하면서 40편 정도로 책 한 권 분량이 나오긴 하나, 했는데 받아보니 반은 시, 나머지 반은 이육사의 산문을 모아두었다.
S군! 그러면 내가 금번 이곳에 온 이유가 어디 있는가도 생각해 보리라. 그러나 이유란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은 내 서울을 떠날 때, 그대에게 부친 엽서와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여행이란 이유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고 사무인 까닭이다. 그러므로 내가 여행을 한다는 것은 여정을 느낄 수 있으면 그만이다.
이육사 산사기(山寺記)
(여행에 굳이 이유가 필요한가, 라는 말이 너무 공감이 가서.)
시들을 읽다보면 노래처럼 흐르는 운율에 우리 말이 이렇게 아름다웠었지─새삼 행복해지고, 손에서 스마트폰 떨어질 날 없이 SNS든 뉴스 기사든 끊임없이 쏟아지는 글을 읽으며 살고 있지만 ‘잘 다듬은 글’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요즘이다보니 뒤쪽의 산문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는 것도 오랜만에 ‘좋은 문장’을 접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청포도 같은 시 때문인지 윤동주 같은 감수성 깊은 여리한 시인이라는 인상이 있었는데 방송 보고 나중에 좀더 찾아보니 일평생이 독립운동으로 점철된, 39년 인생에 옥살이만 17번 한 조선군관학교를 나온 의열단 출신의 무인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니, 이 시인의 일생에 대해서도 좀더 알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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