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개학과 함께 드디어 중학교 배정이 발표됐다.
지금 주소에서 갈 학교는 어차피 정해져 있어서 관련 서류들 집에 가져오면 보고 하나씩 처리해야겠다, 생각하며 오랜만에 느지막이 점심으로 짜파게티 하나 끓여먹고(방학 때는 보통 12시 즈음에 점심은 챙겨 먹이는 편) 커피 한잔 내려 느긋하게 자리에 앉았는데, 점심만 먹고 일찍 끝난 린양이 전화가 와서 담임 선생님이 원서 받은 걸 학교 끝나면 바로 가서 내라고 하셨다며 같이 배정받은 친한 친구들이랑 가서 원서를 내고 오겠단다.

오…
이 정도 키워놓으니 이런 것도 혼자서 하네.
라는 심정으로 그러라고 했는데 좀 지나니

라고 문자가 날아왔다.

……..?

원서만 넣는 게 아니었나?

어쨌거나 체육복은 저 사이즈 정도면 되겠지,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교복을 사야 한다’고. 친구들이랑 그것마저 알아서 살 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교복은 사이즈 때문에 애한테 그렇게 다 맡길 수도 없고,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부랴부랴 눈썹만 그리고 대충 옷 꿰입고 집을 나섰다.

도착해서 보니 정말로 교실에 사이즈 체크할 수 있는 교복 샘플들과 바로 살 수 있는 교복들이 쌓여있고 어리버리하게 사이즈를 고르고 있는 아이들과 뒤늦게 나처럼 도착하는 엄마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하는데… 그 와중에 그 시간에 회사에 있는 엄마들은 아이들 전화를 받고 황망한지 여기저기 통화 중이고. -_- (결국 혜린이랑 같이 간 친구들은 엄마와 통화 후 일단 귀가)

물량이 다 넉넉하게 들어와 있던 것도 아니라 집업 점퍼와 맨투맨 티만 사고 치마는 사이즈가 품절돼서 예약 걸고 영수증 받아 돌아왔는데, 집에 와서 통신문을 살펴보니 당장 오늘 못 간다고 교복을 못 사는 것도 아니었고 오늘부터 내일모레까지 사이에 가서 샘플 입어보고 상품이 없으면 예약해두고 돌아왔으면 될 일이었다.

작년까지는 교복 구매가 이런 식이 아니었다고 하니 올해 뭔가 사정이 있어서 바뀐 모양인데 나처럼 처음으로 아이를 중학교 보내는 엄마들이라면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 오늘 못 가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 수밖에. -_- (거기서 만난 나처럼 정신없이 뛰쳐나온 동네 엄마들도 이구동성 ‘혼이 나간 것 같다’고…)

집에 돌아오니 테이블 위에 커피만 싸늘히 식어 있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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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responses

  1. 이번에 교복이 바뀐다더니 저런 스타일이었구랴. 교복에 로망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아이들도 편하고 관리하기도 좋을 듯. 요상하게 모양 내 놓고 바가지 씌우는 상혼도 좀 수그러들려나 ..)?

    1. Ritz

      맨투맨, 집업, 치마 한세트가 13만5천원이니 다른 교복들에 비하면 싼 편인데 저 맨투맨이 3만원이 넘으니 여전히 폭리인 것 같아요. 근처에 셔츠, 재킷, 조끼까지 있는 중학교는 다 갖추니 50만원 넘게 들더라네요. 그렇다고 가격만큼 질이 좋은 것도 아니라 바가지 상혼은 건재한 듯요.

      1. ……역시 그쪽 업계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우리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자세를 견지하는구먼-_- 대단한 사람들이얌;;

  2. 와! 교복도 진화하고 있군요.

    1. Ritz

      이제 하의만 좀더 진화하면 됩니다(…)

  3. raoul

    부럽

  4. 꺄아.. 린양 키가 이젠 나만하군요.. 교복이라니.. 벌써 그런 나이가.. 초등학교 옆 중학교 가는건가요?

    1. Ritz

      아, 아직 155센치에 이르지는 못했숴요 ㅠ.ㅠ 아마 150 약간 넘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 아파트는 세브란스 옆에 있는 도곡중으로 가요. 언주초를 기준으로 은광여고쪽에 살면 은성, 이쪽은 도곡으로 배정되더라고요.

  5. 오 린양 중학교는 저 점퍼랑 맨투맨티가 교복인가요? 점점 편한 옷으로 바뀌어가는 것 같아 좋으네요…그나저나 린양이 벌써 중학생이라니!!! 린양의 볼록배꼽사진을 저는 아직도 기억하는데 말이죠!!! (…) 좋은 일만 가득한 중학교 생활 되길 기원합니다. ^^

    1. Ritz

      저는 셔츠, 재킷도 있고 티와 점퍼가 추가된 건 줄 알았더니 그냥 저 두 가지에 치마가 한 세트라네요. 몇년 전부터 근처에서 학교 로고 있는 후드티 입은 애들이 가끔 보이더니 점점 바뀌는 추세였나봐요. 이 학교가 늦은 편이라네요.

      아아… 누르면 뾰쇽뾰쇽 소리도 났던 볼록 배꼽… ㅠ.ㅠ 정말 어느새 중학생이예요. 지금부터 대입까지는 체감상 휙 지나간다고들 하니 더더욱 긴장됩니다. =_=;;

  6. 교복 예쁘고 편하겠어요.

    1. Ritz

      의외로 교복 치고 무난한 디자인이라(보통 교복은 촌스러운 경우가 많아서-_-) 좋더라고요. ^^

  7. 우와!!!!!! 교복이 정장이 아니라니!!!! 대환영!! 완젼부러워요!!! 애들진짜편하겠어요!!

    1. Ritz

      이 근처는 재킷은 거의 없어지는 추세라네요. 이 학교가 늦은 편이라고… 세탁하고 말리기도 편하긴 할 거 같아요. -_-d

      1. 전 하 교복때매 스타일러 사야하나…그러고있었어욤..제주도는 아직 입니다 ㅜㅜ

      2. Ritz

        저는 스타일러 사려고 대기 중이었는데 교복이 저렇게 바뀌어서 다시 고민 중입니다;; 재킷 교복 입으면 스타일러 완전 유용하게 쓴다던데요. 좀 지나면 둘째도 중학교 들어가고 관리해야 할 교복도 늘어날텐데 한대 들이면 잘 쓰시지 않을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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