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이 영화는 2020년 4월부터 8월까지, 팬데믹 기간 중 각본, 촬영, 편집, 상영 과정을 모두 마친 지구상의 첫 번째 사례로, 감독과 배우들 포함 20여명 남짓의 인원이 2주 동안 완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타임라인에서 언뜻 영화가 너무 좋았다는 평을 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로는 흔치 않은 일이라 늦은 밤에 틀었는데 미리 정보가 있었다면 좀더 마음의 준비를 하고 편한 시간에 시작했을 것 같다. 그나마 마침 옆에 있던 옆사람과 같이 보기 시작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볼 수 있어서 더 재미있게 보지 않았나 싶다.(옆사람이 얼결에 같이 기 빨렸다)
보기에 지치는 영화면 그냥 멈추면 되지 않나 싶은데 남 싸우는 거 보는 게 그렇지 않나. 이 두 사람이 대체 어디까지 싸울 건지 궁금해서 도무지 중간에 멈출 수가 없었다…

1시간 40분 러닝타임 내내 오로지 집에서 두 연인이 싸운다. 출연자도 오로지 두 명. 영화라기보다는 연극 무대에 더 가깝게 보이기도 한다.

감독인 맬컴의 영화 개봉은 성공적이었다. 모두가 감독을 칭찬했으나 그의 여자 친구인 마리는 왜 못마땅한 걸까.
화려한 파티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후, 둘 사이에서 긴장이 끓어오른다.

싸우는 이유는 그냥 이 영화 전체의 줄거리고, 앞으로 안 봐도 될 사람들인 마냥 지치지도 않는지 끊임없이 깊게깊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내면서 싸우고 다소 풀어졌다가 다시 감정이 폭발하는 두 사람을 보며 다시 한번 절감했지만 어떤 관계든 ‘고마워’와 ‘미안해’를 적절한 타이밍에 말하는 건 너무나 필요하고 중요하며 타인과 감정적으로 충돌이 일어날 순간이 온다면 마리의 대사처럼 ‘지금 이야기 해도 비생산적일테니 자고 일어나서 내일 이야기하자’ 라며 일단 자러 가는 지혜도 필요하다.(맬컴도 그 시점에 자러 가는 게 나았을 거야.. 그랬으면 키키 이야기까지 안 갔잖아….😑)
오래 전 지인의 ‘죽도록 싸우면서 헤어지지 못하는’ 연애를 보며 도무지 이해를 못했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때 그들이 헤어지지 않았던 단면을 조금 엿본 기분이 들기도…

흑백 영화인데, 컬러였으면 오히려 이 영화가 한층 단조롭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배우들의 표정과 감정이 색이 배제된 화면에서 음영으로만 남아 이상하게 집중하게 된다.
보다보면 두 사람의 싸움이 어느 순간 무슨 랩 배틀 같을 정도인데(옆사람과 보는 내내 말하는 사람이 바뀔 때마다 ‘드랍더비트’ 추임새를 넣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싸움을 보고 있으면 절로 기가 빨려서 취향이 아닌 사람에게는 정말 별로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작품.

그럼에도 돈을 쏟아부어서 만든 썰고 터지는 여느 넷플릭스 오리지널보다는 개성있고 독특해서 나는 한쪽을 고르자면 호(好). 20세기 연인의 감정의 흐름이 비포 선라이즈 느낌이었다면 21세기 팬데믹 한복판의 사랑 이야기는 이런 정서인 건가 싶기도 하다.

스파이더맨의 여자친구로만 알고 있던 젠데이아 콜먼의, 켜켜이 쌓여있던 감정을 조곤조곤 풀어내는 마리 연기가 굉장히 좋았고(중간의 식칼 씬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존 데이비드 워싱턴(덴젤 워싱턴 아들인 줄 처음 알았다)의 찌질한 캐릭터는 배우와 꽤 어울렸다. 특히 궁지에 몰릴 때마다 입술을 쭈그러뜨리는데 사람이 통째로 쭈글해보여서 리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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