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ula Rasa

요근래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에 볼만한 것 찾기가 어려웠는데 넷플릭스 메인에 자주 올라오길래 클릭해본 작품.

섬네일만 봤을 때는 또 과하다 싶을 정도의 액션으로 점철된 용병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불로불사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인간의 염원 중에는 ‘불로’불사(불로가 붙는 게 중요하다. 늙어가는 불사에 대한 이야기는 걸리버 여행기에 나온 적 있는데 읽으면서 정말 무서웠다. -_-)는 빠지지 않는지 이미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불로불사인에 대한 설정이 나왔지만 이 작품의 불로불사인은 아마도 그 중에서 최약체가 아닐까 싶다.
그저 죽지 않을 뿐, 특별한 초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다치면 고통도 고스란히 느낀다. 긴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 시간만큼 쌓인 전투 능력이 있긴 하지만 기존 액션 영화에 나오는 히어로들을 생각하면 특별히 대단할 정도도 아니다.

다만 이 설정 자체가 작품의 개성이기도 해서 그리 강하지 않은 불로불사의 인간이 오히려 인간에게 사로잡히는 것을 두려워하며(중간에 중세시대의 마녀 재판에 대한 이야기는 보면서도 아찔했다)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날 때까지 홀로 긴긴 세월을 버텨나가야 하는 고독, 긴 시간 서로가 의지하면서 함께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그린 점이 독특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 그런지 각 캐릭터마다 나름 매력도 있고 설정도 허술하지는 않지만 요즘처럼 ‘악인지 선인지 애매모호한 사연있는 악’이 유행하는 시절에 참으로 심플한 악당이 등장해서 스토리 라인은 평이한 편.
빈약한 이야기 흐름 사이사이를 샤를리즈 테론의 작정하고 찍은 듯한 감각적인 액션(스키타이 시대부터 살아온, 이름조차 고전적인 안드로마케인 캐릭터라니…)과 불사인 제각각이 그 삶을 대하는 태도, 절망에 대한 이야기로 메꿔나가서 내 기준에는 그럭저럭 평작 이상이었다.(근래 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에는 제일 좋았고)

원작을 볼 기회가 있으면 오히려 그쪽은 한번쯤 읽어보고 싶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