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트로츠키’로 러시아 드라마를 접하고 이번에는 벨기에 드라마.
요근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에는 별로 건진 게 없었는데(잊을 수 없다… 6 언더그라운드…) 이건 볼만했다.


폴란드 작가 야체크 두카이의 2015년 웹소설로 발행된 The old axolotl라는 작품이 원작이라는데 드라마 다 보고 원작이 궁금해서 검색해봐도 국내에는 이 책에 대한 정보가 별다르게 없다.;

태양의 자기장 이상으로 태양광에 노출되는 순간 장소가 실내든 실외든 상관없이 인류는 그 자리에서 죽어가기 시작하고 우연히 브뤼셀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밤 비행기에 오른 승객들은 죽지 않으려면 태양광선을 피해 해가 뜨는 반대편으로 향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왜 지구가 멸망하고 있는지 설정을 따지기 시작하면 재미있게 보기 힘들고(애초에 작품 안에서도 그렇게 자세히 설명할 생각도 없는 듯. 뱀파이어도 아니고 해 뜨면 죽는다는 설정은 나름 신선한데 이렇게 끝도 없이 새로운 지구 멸망의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도 참으로 놀랍다. -_-) ‘어쩌다보니’ 살아남게 된 사람들이 계속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과 이 날 처음 만난 것이나 다름없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 초점을 두면 꽤 재미있게 볼 수 있고 6부작이라 이야기가 늘어지지 않는 점도 좋았다.

유럽 드라마라서 그런가, 유럽 안에서의 터키인에 대한 차별이라든지 각 나라 사람들끼리의 감정적인 대립도 선명해서 기존에 보던 미드와는 또 다른 느낌.
열두엇 남짓의 사람들끼리도 끊임없이 반목하고 파벌이 생기고 재판하는 모습이 갑갑하면서도 씁쓸하고 자신이 ‘스스로’ 리더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흐름에 따라 원치 않아도 리더가 ‘되어야만’ 하는 사람을 보며 어쩌면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리더는 타인에게 역할을 배분하기보다는 ‘집착없고’, ‘계산없이’, 지금의 문제에 집중해 ‘내 할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러닝타임 내내 끊임없이 던지는 ‘누가 누구를 용서할 것인가’ 대한 질문도 생각의 꼬리를 남기고…
세상에 사연없고 반듯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점점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상대를 비난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서로 ‘함께’ 살아남겠다고 변화하는 모습이 좋았고 마지막 6화에서 온전히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이는 실비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다.

이런 지구 종말에 대한 소재의 영화를 보다보면 저렇게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고 혼자 남아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차라리 그냥 저 드라마 화면에 등장하지 않은 사라진 이들 중 한명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새 시즌이 나온다면 아마 현재의 상황에 대한 설명과 그걸 해결하기 위한 내용이 메인이 될텐데 개인적으로는 인간군상에 대한 이야기에 무게를 둔다면 1시즌으로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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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그쵸…전 그냥 초반에 죽고싶…-_-;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은 픽션이니 재밌는거지…(근데 요즘은 픽션도 보기 괴로울 때가…)

    1. Ritz

      저 드라마에서처럼 비행기 타고 며칠동안 하염없이 이동해야한다고 생각하면 그냥 등장없이 사라지고 싶어지죠…( ”) 요즘은 텐션이 너무 높은 드라마는 보는 것도 피곤하더라고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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