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의 시체」는 시골 마을의 명사인 근엄한 대령 부부의 서재에서 금발 미녀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이 스캔들에 흥분하며 여기저기 소문을 퍼뜨리고, 대령을 비롯한 저택의 모든 사람들은 희생자를 모른다고 하는 가운데 마플 양만이 올바른 진실을 찾아나선다.
과연 이 낯선 여자는 왜 남의 집 서재에서 죽어야 했던 것일까?
요즘 린양이 갑자기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에 흥미를 붙였는지 도서관에서 이것저것 빌려오는데, 생각해보니 나도 딱 그 즈음에 당시 동네에 한참 생기던 도서대여점에서 시리즈별로 내내 빌려봤던 기억이 난다. 의외로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은 중2 정도에 어필하는 건가.
아무튼 그맘 때 나도 읽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에 와서 제목을 보니 생소하고 린양이 재미있었다길래 읽기 시작했는데 딸내미와 취향이 맞았는지 즐겁게 훌훌 읽었다. 반전도 나름 아기자기하고 마지막까지 등장인물 중 대부분(서재의 주인 부부 빼고)이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 나름 유머 포인트였다.
“그 애들은 저한테 유산을 기대하는 것 같지도 않았어요. 제 아들 프랭크와 애디가 결혼했을 때 저는 그 자리에서 재산의 절반을 넘겨주었습니다. 저는 제가 죽을 때까지 자식들을 기다리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거든요. 그 애들은 중년일 때가 아니라 젊었을 때 그 돈을 필요로 하니까요.”
p.104
이 나이에 읽으니 극중에 등장하는 부자 할아버지 제퍼슨의 이 대사에서 동네 엄마들과 커피를 마시다보면 시댁이 꽤 여유가 있는 집 엄마들이 아무리 나중에 받을 재산이 많아도 시부모님이 꽉 쥐고 풀지 않아서 아이를 키우면서 돈이 필요한 건 ‘당장 지금’인데 갑갑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던 게 생각나서 그런가, 이 당시에 굉장히 앞선 사고방식의 할아버지신데? 라며 한참 웃었다.(당연한 이야기지만 받을 게 없으면 그런 고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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