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일본 사는 친구가 혜린이 선물로 보내준 천 장난감입니다. : )
시어머니 되시는 분이 직접 만드신 거라네요.
어찌나 리얼한지 엄마랑 한참 감탄하면서 봤다니까요.

어제는 한달만의 모유수유 학습일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가면 큰 미션이 있었던 게, 한달쯤부터 혜린이 배꼽이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해서 근래에는 제법 톡 튀어나와버렸는데-인터넷이나 육아서적을 찾아보니 특별히 치료법은 없고 그냥 때가 돼서 들어가는 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더군요-이게 정말 그냥 둬도 괜찮은지 조산사분께 물어보기 위해 벼르고 있었습니다.
병원에 가면 금방 해결되겠지만 요즘 일본에 독감이 돌아서 뉴스에서도 난리인지라 그걸 보이러 소아과 가서 기다리는 게 더 찜찜하더군요. 지난번에 변비 때문에 갔을 때 보니 대기실에 감기 환자들이 줄줄이 앉아있는데 신생아는 먼저 진찰실 안에서 따로 기다리게 해준다고 해도 결국 감기 환자들이 들락거리는 건 마찬가지더라구요.

어제 54일째 기준으로 혜린이 몸무게는 5.1kg.
태어난 바로 다음날 2.5kg이었으니 50여일만에 두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따져보면 하루에 거의 50g씩 자란 셈이네요. 조산사분이 한달만에 혜린이를 딱 보더니 첫마디가 ‘동글동글해졌네~’ 였지요..;
배꼽이 나오기 시작한 건 혜린이가 젖을 많이 먹는 게 문제였던 듯합니다. 저같은 경우 젖을 먹일 때 보통 애가 먹다가 지풀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데 실제로 아기는 거의 반사적으로 계속 물고 있으려고 하는 거라 지칠 때까지 물려두니 과식하게 된 것 같아요. 다 먹고 나면 배가 꽉 차서 속이 불편하니 자꾸 배에 힘을 주게 되고 그러면서 아직 복근이 발달하지 않은 신생아다보니 배꼽이 밀려나오는 악순환이었던 겁니다(배꼽이 나오는 건 혜린이처럼 예정일보다 일찍 나온 아기들에게 더 자주 나타난다고 하네요). 더불어 먹은 걸 올리거나 하는 일도 더 잦아지고요.

젖을 다 먹이고 내려놓으면 애가 보채는 걸 덜 먹어서 그런 줄 알고 하염없이 물렸는데 반대로 애는 너무 빵빵하게 먹어서 괴로워서 보채는 거였더라구요. 조산사분이 그만 먹일 적당한 타이밍을 알려준 후 혜린이를 앞을 보는 채로 엉덩이를 받치고 동그랗게 몸이 말리도록 안으니 평소보다 훨씬 덜 먹었는데도 전혀 보채지 않고 가만히 안겨 있더군요.
이게 병원에서는 쉬웠는데 집에 와서 직접 해보니 더 먹을 것 같은 애한테 스톱을 걸기가 좀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한번 먹일 때 평소보다 한숨 덜 먹인다,는 기분으로 조절하고 있는데 과연 그 이후로 오히려 컨디션도 좋고 먹은 걸 올리는 일도 거의 없네요.

어제는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갔었는데 좀 웃겼던 일이…
병원에 도착하니 먼저 온 아기 엄마가 돌이 좀 지난 아들을 데리고 와서 가슴 마사지를 받고 있었는데 저희 엄마가 그걸 보고는 혜린이에게 ‘저기 오빠야 있네~’ 하셨지요. 그랬더니 그쪽에서는 그걸 ‘가슴’ 어쩌고 하는 걸로 들었는지-일본어로 가슴이 옷빠이(おっぱい)- 좀 무안해 하는 기색이 보이더군요.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는 계속 ‘저기 오빠야가~’ ‘오빠야가~’ 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누워있는 분 표정이 흠칫 흠칫… 결국에는 보다 못해 엄마한테 ‘오빠’ 소리 그만하라고 말리고 누워있는 분에게는 길게 설명을 하자니 더 웃길 것 같아 그냥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차례가 돼서 마사지를 받고 있는데 마침 혜린이가 큰 볼일을 봤습니다. 엄마가 ‘여기 와서 온갖 걸 다 하네~’ 하고 웃으면서 기저귀를 갈아주니 조산사분이 ‘온가쿠?’-일본어로 음악이 온가쿠(おんがく)- 하고 되물으시더군요.(…) 그래서 ‘아, 그냥 한국어였다’고 하니 그 온가쿠와 비슷한 발음의 한국어가 무슨 뜻인지 궁금해해서 일본어로 ‘이런저런 것’이란 뜻이다 라고 말하니 일본어랑 비슷한 발음이 들려 신기했다더군요. 엄마가 경상도분이시라 억양이 좀 강해서 일본인에게는 뭔가 일본어 비슷하게 들리기도 했나봐요.
그래서 한국도 한자를 쓰다보니 일본어랑 비슷한 발음이 많다고, ‘가방’이라든지 ‘무리’라든지 그런 걸 알려주니 무지 재미있어 하더군요. ^^;

지난번에 비용을 계산할 때 3천엔이라길래 그때까지 세번 간 것을 모두 한번에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가서 보니 앞의 2번은 무료, 그 이후로는 한번에 3천엔이었더군요. 비용이 약간 세다 싶긴 한데 한달에 한번씩 애 몸무게도 체크하고 정기적으로 상태도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데다가 갈 때마다 한번씩 마사지를 받으면 어찌나 개운한지(…) 다음달도 예약해두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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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responses

  1. 아기자기하게 재미있으신 것 같습니다 ^^;
    그나저나 저 빵모양 선물은 정말 리얼하네요…;;

    …….. 오빠야~ 오빠야~ (…)

    1. 리츠코

      디노님이 일본 거리에서 그렇게 외치면 잘못하면 뺨 맞아염..( ”)

  2. lazydog

    아기 낳은 축하도 못했군요. 축하해요. 모유수유 하는 군요. 나도 둘째 태오군은 금년 5월까지(12월생) 먹었었네요. 편한 것도 있겠지만 사실 힘든 것도 많아요. 난 워낙 상처도 많이 나는 편이라 정말 피나는 고생으로 모유를 먹였네요. 아마 첫째였으면 정말 힘들어 했겠지만 둘째라서 그런가 언젠간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아파도 참고 넘기고 했었네요.(피를 먹였다는 건 아니고… 조금 먹긴 했겠지만. ^^) 그리고 잠도 많이 부족하죠? 밤중수유 끊을 때까지는 아마 힘들꺼예요. 둘째 낳으면 밤에 못자도 낮잠 같은 것 없으니까 지금 틈나는 대로 푹~쉬어 두세요. 영양분도 많이 빼앗기고 있는 거니까 영양 보충도 잘 하세요.
    이제 3개월 전 후 되면 모유만 찾는 시기가 올 것이고 잠시 수유에 적응되어서 편하다 싶으면 곧 이유식도 들어가겠네요. 홧팅이요~ 이유식 또 하나의 산이지요~ (그 뒤에 끝도 없이 있지만…)
    첫째 유진양도 모유를 안먹은 건 아니지만 완전히 모유로만 큰 태오에 비하면 면역력도 그렇고 모유가 낫다고 생각되요. 물론 타고난 면역력이 약하다면 모유를 먹여도 원래 면역력이 강한 아이보다는 못하겠죠. 하지만 도움은 된다고 생각해요. 끝까지 완모수 하시고~!! 다시 축하~!(선물은 옛날에 미리 줬던듯~)

    1. 리츠코

      그러고보니 태오가 두돌이었겠네요. 축하드려요~ ^^
      원래 제가 밤잠이고 낮잠이고 많아서 그게 제일 힘들더라구요..; 하루종일 몽롱하니 지냈던 것 같아요. -_-; 며칠전부터 혜린이가 젖 찾는 시간이 좀 벌어져서 나아졌네요. : ) 영양보충도 가능하면 제대로 하려고는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애 보다가 하루 다 가고 저녁되면 만사 귀찮아서 진짜 기본적으로만 해먹고 살게 돼요..;

      선물로 받은 딸랑이는 벌써부터 너무 잘 쓰고 있어요. ^^ 이제 제법 뭐가 들리는지 앞에서 흔들어주면 소리 따라 고개가 왔다갔다 하네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3. 미사

    생크림 빵의 생크림을 재현해놓은 섬세함에서 쓰러졌음… ^^
    여… 역시 일본과 한국은 미술 쪽으로는 유전자가 아예 다른 걸까?;;

    1. 리츠코

      정말 배우고 따라하래도 못할 것 같은 솜씨죠? ^^;
      저 생크림이랑 부속품들이 다 따로 분리되더라구요. 정말 유전자가 애초에 다른 걸까요. -_-;

  4. CHRIS

    역시 배터져죽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더니, 먹는거 조절하는건 애나 어른이나 참 힘든 일이여….-_-;;;;;

    그나저나…정말 맛있었보이는 인형이로세! 0.0

    1. 리츠코

      하긴 어른도 맛있는 거 앞에 있으면 계속 먹다가 나중에 후회하긴 하지. -_-;

      저 인형은 실물로 보면 정말 장난 아니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