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주변에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랑 대화하다보면 대충 재작년부터 올해까지 가장 자주 나오는 화제는 아무래도 사춘기.

개인적으로 아이의 변화에 대해 ‘그분이 오셨네’ 운운하는 화법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무슨 신내림도 아니고…), 하필 코로나가 시작돼서 린양은 사춘기 즈음을 내내 집에서 지내다보니 비교적 긴 시간 지켜보고 있는데 크게 행동이 변한 건 없지만 가끔 이야기하는 걸 보면 이제 더 이상 아이는 아니고, 순간순간 ‘아, 얘는 이런 타입의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하는 윤곽이 보이기도 한다.
딱 한번 뭔가 달라지고 있구나 했던 때는 중1 초쯤인가, 린양이 혼잣말로 “아, 진짜 기분이 널을 뛰어서 힘드네” 하고 중얼거리는 걸 들었던 정도?

아무튼 아이의 사춘기로 고생하는 집은 호되게 힘들다고들 하니 이게 아직 ‘오지 않은’ 일인지 지나가는 중인지 가끔 궁금했는데 얼마전 티비에서 하는 오은영 박사의 강연을 보다가 들은 이야기가

아이에게 한번쯤

“너는 사춘기가 뭐라고 생각하니?”

라고 물어보면 아이가 대답을 할텐데 보통 그 ‘자기가 생각하는 사춘기’대로 행동한단다. “반항하는 시기 아니예요?” 하는 아이는 내내 반항으로 지나가고 “친구랑 노는 시기 아니예요” 하는 아이는 맨날 친구들 만나다가 다 지나간다고…

생각해보니 나는 사춘기란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시기, 가 제일 크게 보였던 것 같은데 여지없이 내내 일기장 부여잡고 감수성만 흘러넘치다 지나갔던 것 같다. 🤔

냉정하게 생각하면 일종의 심리 테스트마냥 ‘나는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항목에 ○표 하면 결과지에 ‘당신은 내성적인 사람입니다’라고 나오는 것 같은, 대단히 당연한 질문이고 당연한 결과인데 의외로 직접 물어볼 생각은 못했던 일.

며칠 전에 저 프로 봤던 게 생각나서 린양에게 물어보니 린양 대답은 “독립하는 시기 아닐까” 였다.

요근래 린양 혼자 뭘 하러 나갈 때마다 아무래도 마음이 안 놓여서 내가 따라 나서거나 옆사람을 붙이려고(…) 하는 일이 가끔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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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헉…상상도 못했던 답이…아기님은 사춘기가 뭔지 나한테 묻던데…(쿨럭)

    1. Ritz

      서연이는 아직 좀 이르긴 하죠;; 학교에서 아직 배운 적도 없을 것 같고. 안그래도 궁금해서 물어보니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사춘기 개념은 우리 때랑 별 차이 없더라고요. 혜린이는 6학년쯤에 사준 책 때문에 저런 대답을 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이 책은 추천. :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8826507&start=slayer

      1. 사준 책도 안보고 있어요…-_-; 저도 물어보니 생각나는게 2차성징이 시작되며 어쩌구저쩌구뿐이라 책보라고 했는데 과연…

        1. Ritz

          그놈의 2차성징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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