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오늘로 친정엄마는 한국으로 귀국하셨습니다.
해외에 나와 있으면서 항상 가장 힘든게 가족과 헤어질 때인지라 내가 한국에 갔다 돌아올 때나 엄마가 오셨다가 가실 때마다 왜 그렇게 뒤통수 보기 전부터 목부터 메이는지 고맙다고 인사도 못한 채 괜히 눈도 못 마주치고 헤어집니다. 오늘도 또 그랬네요. -_-; 이 나이(…) 돼서 아이도 낳았는데 아직 이러니 언제쯤에나 어른스럽게(?) 다음을 기약하며 엄마와 헤어질 수 있을까요.

어제로 혜린이는 2개월이 넘어 3개월에 들어섰습니다.
한참 하루하루가 다를 때라 그런지 엄마가 도착했던 날보다 부쩍 많이 영글었습니다.
처음에 집에 데려와서 보니 사둔 옷들이 전부 커서 손이 목쪽으로 쑥쑥 빠지는 걸 보며 ‘옷이라도 좀 제대로 맞았으면 훨씬 편하겠다!’ 고 생각했는데 이제 소매 길이도 맞고 심지어 좀 작아진 옷들도 있어 혜린이가 크고 있다는 걸 새삼 실감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도 귀에 들리는 것도 많아져서 예전에는 10초 집중력이던 모빌을 20분 가까이 하염없이 보면서 볼 때마다 매번 열광하고 낮잠을 자다가 싱크대에서 그릇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뒤척거리며 찡얼대기도 하네요. 예전에는 생긋생긋 웃어도 영락없이 배냇짓으로 보이더니 이제는 뭘 제법 알고 웃는 것 같기도 하고요.
낮에 젖 먹는 간격도 3시간으로 늘어나고, 밤에도 깨지 않고 3시간씩 자서 처음에 1시간 반, 2시간마다 중구난방으로 자다 깨서 젖을 주던 때보다 조금은 나아졌습니다.
…만.
정작 어른들이 늘어난 시간에 적응을 못해서 2시간이 넘어가면 자꾸 시계 보면서 괜히 안절부절하게 되네요.

대신에 저나 대나무숲이나 없던 ‘본능’이 새로 생겨서…
엄마가 혜린이를 안고 달래는 동안에 정신 차리고 보니 대나무숲이 옆에 있던 베개를 애처럼 안고 멍하니 있었다든지, 자다가 칭얼거리는 애를 토닥거리며 옆을 보니 배 위에 손을 얹고 자고 있던 내가 저도 모르게 내 배를 아이 두드리듯 두드리며 자고 있었다든지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지난번에 모유수유 학습을 갔을 때 조산사가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그래도 1개월 때보다는 지금이 조금 더 낫죠?’ 라고 했었는데 이게 나아지는 건지 익숙해지는 건지 좀 모호하긴 하네요.

거의 밖에도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다보니 요일 가는 것도 희미해져서 가끔 오늘이 벌써 *요일인가 하고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리고 어느새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네요. 해마다 한해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고 생각하지만 올해는 정말 새 가족도 늘고 정신없이 훌렁 지나가버리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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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저도 이젠 애 데리고 놀러 가는것도 모자라;; 유모차 끌고
    시댁 사진관에 아르바이트 하러 가기도 합니다;;

    좀 나가봐야지 집에만 있으니 시간개념이 사라지는듯 해요.
    달력을 봐도 가물가물~

    잉잉~ 진짜 애엄마 되가나봐요. 흑흑.
    서슈언니는 젖을 말려야 봉합한다고 하네요. 으미~~ ㅠㅠ

    1. 리츠코

      정말 집에 계속 있으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것도 별로 실감이 안나네요. 뉴스 보면 시내에 일루미네이션이 그렇게 화려하다는데 말이죠.

      셔슈님은 결국 젖을 말려야 하나보네요..; 상심이 크시겠어요…;

  2. >> 내 배를 아이 두드리듯 두드리며

    순간 50대 아저씨가 목욕탕에서 두들기는 그 모습이 연상되어버렸… (후다닥)

    1. 리츠코

      시끄러워욧.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