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린양 학원 나가는 길에 같이 나가서 장 봐오려고 둘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21층까지 올라간 엘리베이터가 뭔가 오래 멈춰있으면서 위에서 악을 쓰는 아이 소리가 아련히 들려왔다.(우리집은 7층인데…)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열리니 눈물 범벅이 된 4-5살쯤 된 여자아이와 유모차를 쥔 아이 엄마가 서 있는데 내려오는 내내 실랑이 중이었던 모양.
보통 아이와 엄마가 실랑이 중일 때는 ‘왜 우니’라든지 말을 걸면 애엄마가 귀찮을 게 뻔해서 그냥 조용히 무시(?)하는데 이번에는 애엄마가 구세주를 만난 마냥 린양을 보자마자 ‘저 언니가 유모차에 앉으래~!!’를 외친다.(왜 이 언니가 유모차에 앉으라고 하겠숴요;; )
묻지도 않았는데 ‘요즘 어린이집 적응 기간인데 어린이집에서 데려왔더니 밖에 나가면 다시 어린이집을 가는 줄 알고 이렇게 밖에도 안 나가고 유모차도 안 타겠다’고 한단다.

린양 어린이집 적응할 때 징글징글하게 고생했던 게 생각나서 ‘이 시간에는 어린이집 다 끝났지~ 어린이집 가는 거 아닐거야~’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그런가?’ 싶은지 우는 건 그쳤으나 여전히 믿을 수 없는지 유모차에는 안 앉고(언제든지 튈 준비를 하는 것인가) 조용히 서 있는 걸 애엄마가 마저 살살 달래서 앉혀 나왔다.
‘저 언니랑 같이 갈까’ 라고 계속 얽으시길래(…) 걷는 속도 맞춰서 아파트 현관까지 같이 나왔는데 ‘아우, 우리 애도 저랬어요’ 했더니 세상 반갑다는 표정으로 ‘그래요?’ 라고 되물으시길래 ‘그래도 또 금방 괜찮아져요’라고 말해주고 헤어졌다.

차마 그 금방이 린양 기준으로는 한달 가까이 걸렸다는 말은 할 수가 없었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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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responses

  1. 어차피 산 너머 산인 것을….

    1. Ritz

      산너머 산을 앞에 둔 애엄마한테 그렇게 말해줄 수는 없쟝….

      1. 일종의 득도 아니겠엉?

  2. 왠지 등산할때 헥헥거리고 있으면‘좀만 올라가면 바로 정상이에요’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던 하산객들이 떠오르네요 ㅎ

    1. Ritz

      헉,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몹쓸 짓을…;_;

      1. 아니에요. 그런 위안도 없으면 앞으로 나갈 힘도 안나는데요 뭐~ ㅎㅎ

  3. 클클 해지마 그런 위로..

    1. Ritz

      금방이라는 말에 번쩍 하던 그 희망에 찬 애엄마의 눈빛이 내내 마음에 남네요…(….)

  4. 혜린이가,그랬던가? ㅋ

    1. Ritz

      결국 민영이가 같이 다니면서 좀 잠잠해졌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