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두 영화가 신기하게 서로 정반대편에 있었다.
한 작품은 한국인 배우들만 나와 연기를 하는데 일본인이 쓴 각본이라 대사가 울퉁불퉁했고 다른 한 작품은 외국인 배우가 나와 어눌한 한국어로 한국인이 쓴 대사를 시처럼 읊었다.
나는 열심히 영화를 챙겨보는 타입도 아니고 영화관에서는 보통 블록버스터 장르를 고르다보니 유명한 한국 영화들은 거의 본 게 없는데 박찬욱 감독 작품도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이게 처음. 이런 유명한 감독의 작품들은 영화 소개 프로에서 워낙 여러번 보여줘서 안 봐도 어느새 내용도 다 알아버리고 챙겨볼 의욕도 안 생기더란.
어쨌거나 듣던대로 영화는 화면과 대사가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연기하는 탕웨이가 어딘가 마성(魔性)이 느껴질만큼 우아하면서 처절해서 너무나 강렬했다.
이 사람이 읊조리는 중국어를 들으며 저 나라 말이 저렇게 우아했던가 새삼 놀라고, 장면장면마다 보여주는 서늘하고 애타는 모습에 내내 감탄했는데, 여자인 나도 보는 내내 홀리는 기분.
냉정하게 말하자면 내용은 헤어질 결심을 하지만 헤어지지 못하는 불륜()이었지만 탕웨이의 연기에 이야기가 개연성을 가지고 애틋해지더라. 가정이 있는 해준이 서래에게 이끌리는 게 못마땅하지만 탕웨이의 몸짓, 대사 하나하나에 ‘그,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해해주고 싶어지는 모순되는 마음.
일반적으로 묘사되는 형사 캐릭터와는 다르게 깔끔하고 반듯한 박해일도 역할에 너무나 잘 어울렸고.
오늘 조금만 보고 내일 마저 보려고 틀었는데 두 주인공의 연기가 마치 왈츠를 추듯이 밀고 당기며 흘러가서 어느새 영화는 끝나 있었다.
+그나저나 정말 별별 배우가 다 나오더라…( ”)
+김신영 연기 너무 잘해서 진심으로 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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