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란(2024)

예고편 공개됐을 때부터 강동원이 노비, 박정민이 양반으로 나와서

이말년의 이 짤이 흥했는데 실제로 감독 인터뷰 중에 여기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말을 한 모양?(…)

“의외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침착맨의 만화 중 조선의 미남 노비에 대한 작품이 있는데 그게 생각났다. 나는 잘생겼지만 노비이기 때문에 노비다라는 게 생각나서 강동원을 노비로 캐스팅했다.”

-🔗[2024 BIFF] ‘전,란’ 김상만 감독 “침착맨의 웹툰에 착안해 강동원을 노비로 설정”

어쨌거나 박정민은 대단히 찌질하고 소인배스러운 양반 연기를 매우 잘 소화하고 강동원은 역할은 노비이나 극중에서 스타일링이 너무 훌륭해서 별로 노비로는 보이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배역이 굉장히 잘 어울리게 배분되어 있고 그래서 보는 데에 거슬림이 없었다.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와 그의 몸종 천영은 우여곡절 끝에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는데…

<군도> 때와는 다른, 좀더 무게감 있는 액션을 여전히 잘 소화하더라.(아직 <전우치 2> 찍어도 될 거 같은데)
길이가 길어서 어떻게 움직이든 참 아름답게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정성일이나 강동원에 비해서는 확실히 액션이 좀 떨어지는데 그것도 나름 맡은 역에 어울려서 좋았다. 이 배우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거의 마지막 순간에 보여준 표정 연기가 기억에 오래 남아서 연기로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배우기도 하고.

요즘 진선규는 약간 이런 역 전문이 되어가는 듯;;

김신록 배우의 도리깨 액션 아이디어도 좋고 시원시원해서 멋졌다.

차승원의 선조.
임진왜란에 선조가 나오는 시대 이야기가 무엇이 산뜻할 구석이 있겠냐마는 뻔뻔하고 또 뻔뻔한 선조의 모습에 저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가게 만드는 호연.

근래 집중력을 거의 도난당한 상태라 영화 한 편 틀면 단숨에 끝까지 보는 일이 잘 없는데 러닝타임 2시간이 별로 길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스토리 진행도 빠르고 군더더기 없었다. 임진왜란 때 선조의 하는 짓을 보면 ‘어떻게 저럴수가’ 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 ‘어떻게’를 어이없어 기가 차지만 정말로 그랬을 것 같은 사고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이 영화의 포인트가 될 듯.

백성들이 의병으로 나라를 지키는 동안 양반들은 머리를 왜구처럼 밀고 자기 한몸 보전하며 배를 불린다. 의병의 무기가 왜군을 향하고 있을 때 왕을 지키는 군사들의 칼과 활은 백성을 향한다.
보는 내내 비참하고 참담하다. 한편으로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해서 더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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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무 Avatar

    선조는 복구라는 반련동물을 만났다면 최악의 임금은 벗어났지 싶습니다. 이 영화에서 제가 꼽은 최고의 명장면은 게싸움입니다.

    1. Ritsko Avatar
      Ritsko

      아, 그 게싸움. ㅋㅋㅋㅋ 저는 충덕님 아니었으면 지금까지도 몰랐을 거예요. ㅋㅋㅋㅋ

  2. WG Avatar

    이제야 마음 놓고 감상문을 읽으러 왔습니다.
    맞아 맞아! 끄덕 끄덕! ㅋㅋㅋㅋ
    아!!! 선조 정말 메깔스럽지않나요!!!!! 수염도 마음에 안들어요.

    1. Ritsko Avatar
      Ritsko

      차승원이 그 수염을 감독이랑 계속 상의하면서 굉장히 공들여 디테일을 만들었다는 인터뷰를 본 거 같은데 저도 그 수염 보면서 어쩜 수염마저 저렇게 밉상스럽냐 했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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