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오늘 본 두 영화가 신기하게 서로 정반대편에 있었다.

한 작품은 한국인 배우들만 나와 연기를 하는데 일본인이 쓴 각본이라 대사가 울퉁불퉁했고 다른 한 작품은 외국인 배우가 나와 어눌한 한국어로 한국인이 쓴 대사를 시처럼 읊었다.

나는 열심히 영화를 챙겨보는 타입도 아니고 영화관에서는 보통 블록버스터 장르를 고르다보니 유명한 한국 영화들은 거의 본 게 없는데 박찬욱 감독 작품도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이게 처음. 이런 유명한 감독의 작품들은 영화 소개 프로에서 워낙 여러번 보여줘서 안 봐도 어느새 내용도 다 알아버리고 챙겨볼 의욕도 안 생기더란.

어쨌거나 듣던대로 영화는 화면과 대사가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연기하는 탕웨이가 어딘가 마성(魔性)이 느껴질만큼 우아하면서 처절해서 너무나 강렬했다.
이 사람이 읊조리는 중국어를 들으며 저 나라 말이 저렇게 우아했던가 새삼 놀라고, 장면장면마다 보여주는 서늘하고 애타는 모습에 내내 감탄했는데, 여자인 나도 보는 내내 홀리는 기분.
냉정하게 말하자면 내용은 헤어질 결심을 하지만 헤어지지 못하는 불륜(😑)이었지만 탕웨이의 연기에 이야기가 개연성을 가지고 애틋해지더라. 가정이 있는 해준이 서래에게 이끌리는 게 못마땅하지만 탕웨이의 몸짓, 대사 하나하나에 ‘그,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해해주고 싶어지는 모순되는 마음.
일반적으로 묘사되는 형사 캐릭터와는 다르게 깔끔하고 반듯한 박해일도 역할에 너무나 잘 어울렸고.

오늘 조금만 보고 내일 마저 보려고 틀었는데 두 주인공의 연기가 마치 왈츠를 추듯이 밀고 당기며 흘러가서 어느새 영화는 끝나 있었다.

예전에 본 인터뷰에서 파도가 서래라더니 정말로 사람 옆모습 모양으로 그려놨었네…

+그나저나 정말 별별 배우가 다 나오더라…( ”)
+김신영 연기 너무 잘해서 진심으로 놀람;;

2 responses

  1. 有明

    오.. 이거 내년에 일본에 개봉한대요 (즉, 일본엔 아직도 OTT서비스들에도 안올라옴…)

    1. Ritz

      영화관에서 보면 화면이 더 멋있을 테니 개봉하면 보러 가셔도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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