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많은 사람들이 셜록 홈스 시리즈는 좋아하지만 정작 작가인 코넌 도일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것들만 알고 있기 마련이고, 작가는 그런 상황이 싫어서 자신이 만들어낸 창조물 홈스를 폭포 아래로 밀어버렸다.

그러나 결국 다시 그를 살려낼 수밖에 없었고 이 책 저자의 말마따나 이후로의 셜록 홈스는 ‘작가의 손을 떠나도 자가 호흡이 가능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흔히들 작가가 셜록 홈스의 이야기를 쓰는 데에 질려서 결국 죽여버렸다, 고 알고 있다보니 코넌 도일이 오랫동안 이 시리즈를 썼다고 생각하기 쉬운데(나도 그랬고)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건 홈스라는 시리즈물로 생각하지 않고 쓴 ‘주홍색 연구’를 제외하면 연재한 기간은 고작 3년 정도.

책에 그려진대로라면 비대한 자아(…)를 가진 코넌 도일에게 그 3년의 시간조차 자신이 만든 창작물이 자신의 이름을 짓누르는 걸 도저히 못 견딜 영겁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처음에는 도일이 런던을 상상하며 글을 썼기에 소설에서는 빅토리아시대 후기의 격변하는 삶과 사회적, 경제적 격차가 거의 다루어지지않았다. 이는 약점이자 장점이 되는데, 즉 소설 속 빅토리아 시대라는 무대는 일종의 테마 파크와 같다. 충실히 재현되었지만 실제 맥락에서는 동떨어져 존재한다.

p.151

10년 뒤 홈스의 귀환은 빅토리아 여왕의 서거가 맞물려 사람들에게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것이 다시 인기를 모을수 있었던 요인이었다는 점도 새로 알게 된 사실.
후반기 홈스가 나오던 때에 이미 세상은 마차가 자동차를, 비행기가 배를 서서히 대체하기 시작하던 즈음이었고 그런 사람들에게 과거에 대한 그리움으로 다가왔다고 하니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 막연히 생각하던 ‘코넌 도일과 셜록 홈즈의 세계’의 시간선이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

저의 오래된 좌우명은 불가능한 것을 배제하고 남는 것이 바로 진실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라고 해도 말이지요 

녹주석 보관, 셜록 홈즈의 모험 

말년의 코넌 도일이 심령술에 심취했다는 건 유명한 사실인데, 홈스 같은 캐릭터를 만든 사람이 어떻게 그런 허황된 데에 빠질 수 있었을까 싶지만 홈스의 저 대사를 생각하면 저런 사람이라서 오히려 그렇게 빠져들지 않았나 싶다.
그에게 심령술이란 ‘눈앞에 놓여진 증거들로 인해 믿을 수밖에 없는’ 진실이었나 보다.

다 읽고 나니, 언제나 쓰고 싶은 글이 있었고 엄청나게 빨리 글을 쓰던 이 작가는 아마 지금의 세상을 살고 있다면 트위터에서 미친듯이 어그로를 끌며 끊임없이 싸워대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상상해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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