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우리집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은 바로 이 스투키.

제일 왼쪽의 일자 모양이 맨 처음 왔을 때 줄기 중 마지막 생존자. 처음에는 앞쪽 화분의 다육 키 정도 밖에 안됐었다.

이 집 이사오고 린양 친구 엄마가 집들이 선물로 사왔으니까 적어도 8-9년은 됐을 텐데 맨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는 앞쪽 화분의 저 다육 길이만한 것 세 개가 꽂혀있었다. 한달에 한번 물만 주면 된다길래 산 걸 굶겨 죽일 수는 없으니 정말 물만 꼬박꼬박 줬는데 어느날부터인가 점점 줄기가 늘어나더니 화분을 꽉 채워버렸다.
집 앞 꽃집에서 일자 줄기와 뻗어나온 줄기를 분리해서 분갈이를 해줬는데 일자 줄기는 하나만 살아남고 나머지 새 줄기는 지금보다 하나 더 있었던 것도 같은데 어쨌거나 지금 남은 건 저 두 개.

문제는 새로 나온 줄기들이 너무 자유분방하게 옆으로 누워있어서 어디 두기에도 만만치 않아서 검색해보니 꺾이지 않을 정도만 모아서 묶어놔도 된다길래 일단 묶어봤다.

(근데 언제 풀어야 하나)

잔줄기 정리하는 방법 검색하다보니 ‘땋아서’ 묶어두는 방법도 있어서 사진 보다가 빵 터졌다.(우리집 것도 잘만 하면 땋아지긴 할 것 같은데. 🤔)

9년 가까이 키우면서도 별 관심이 없었는데 오늘 좀 찾아보니 재미있는 식물이었다.
물을 거의 안 줘도 사는 식물인데 의외로 수경재배도 가능하고 뿌리가 상하면 잘라내고 말린 다음 심으면 다시 자란다는데 블로그들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니 거의 플라나리아를 방불케 했다.
묶어놓은 게 별 효과가 없으면 두 개 중 하나만 아래 쪽을 잘라내서 줄기들을 분리하고 일주일 정도 건조시킨 다음 한 줄기씩 다시 심어서 뿌리를 내봐야겠다.(무슨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된 기분)

딱히 꽃이 피는 것도 아닌, 키우는 재미는 좀 덜한 종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잘 있어주길.

뭘 키워보고 싶다 하는 사람에게는 이 스투키를 추천.
맨 처음에는 빛도 많이 안 드는 린양 방 화장대 위에 두고 키워서 지금까지 왔으니 빛이나 통풍도 안 타는 것 같고 물도 한 달에 한 번이라고는 하는데 그보다 더 둬도 버티는 것 같다. 물을 자주 줘서 죽일 확률은 높지만 적게 줘서 죽일 확률은 적은 착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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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Eiri

    요즘 트윗보면 이미 식집사로 들어선듯요.. ^^;

    1. Ritz

      토몽이… 그만 하랄 때 그만 했어야 했어요…( ”)

  2. 디멘티토

    언뜻 보고 난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이런 착한 친구가 있었다니 반갑네요. 저도 엄마가 여러 식물들을 정성껏 가꾸는 모습만 봤지 직접 뭘 키운 적은 없는데, 사무실 이전하면서 선물로 들어온 각종 식물들 돌보다 보니 어느덧 십 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시들시들 말라 죽은 애도 있지만 대체로 잘 버텨줘서 고맙더라고요. 잘 보살펴 주지도 못했는데. 그나마 틈틈이 말 걸고 잘 자라달라고 기원한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땋은 모습의 스투키도 궁금하네요. 정말 식물의 오묘한 세계는 넓고 깊군요. ㅎㅎ

    1. Ritz

      그러고보니 줄기가 얇은 건 난 같기도 하네요.
      주변에 줄기가 생기기 시작하면 그거 보는 것도 재민데 원래 스투키는 그 줄기는 떼어내주고 저 일자로 자라는 것만 두는 게 예쁘게 키우는 거라네요.

      땋은 줄기는 이런 식이더라고요. 가느다랗게 자란 줄기를 여러 개 모아서 뿌리쪽에서 잡고 머리땋듯이 땋는 게 너무 웃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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