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극장판이 개봉했을 즈음에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이야기가 꽤 많이 보였는데 어딘가에 주소만 저장해놓고 잊고 있다가 왓챠 애니메이션 목록을 한참 내리다가 발견했다.
다큐멘터리는 시작부터 슬프다.
에바 극장판 마지막편이 제작된다고 해서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했는데 그게 ‘4년’이나 걸릴 줄 몰랐다고…( ”)
이 감독에 대해서는 아내 안노 모요코의 ‘감독 부적격’만 봐도 평범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다큐멘터리 속 안노 히데아키는 그보다 상상 이상으로 기이한 사람이었다.
초반부의 극장판 작업 과정에서 내내 ‘원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아닌 건 알겠어’를 반복하는 걸 보면서 ‘우워~ 저런 상사 세상에서 제일 최악’이라고 생각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무언가를 만든다는 걸 ‘목숨보다 위에’ 두고 사는 사람은 너무 위태롭다는 생각을 했다.(안노 감독은 결혼을 안 했으면 정말로 식생활 때문에 단명했거나 정신적으로 못 버텨서 오래 살지 못했을 것 같더라…)
안노는 피를 흘리며 영화를 만든다.
미야자키 하야오
제작 후반부에 오니 진짜로 ‘저러다 사람이 죽겠는데?’ 싶었는데 그렇게 완성한 작품을 본인은 보지도 않는 걸 보며, 완성품을 보면 다시 고치고 싶은 곳이 보일까봐 무서운 게 아닐까 넘겨짚어봤다.
나도 처음의 에바(95년)부터 같이 세월을 보내온 사람이라 마지막편의 마지막을 볼 때는 좀 울컥하긴 했지만, 다큐멘터리를 다 보고 나니 한 인간이 이렇게까지 모든 걸 다 쏟아 부은 결과물을 좀더 진지한 마음으로 봤어야 했나? 라는 후회가 살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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