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여지껏 신극장판은 꼬박꼬박 극장에서 봤건만 정작 마지막은 집에서 보게 된 게 좀 아쉽긴 한데…
앞의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서(찾아보니 바로 앞의 Q가 2012년작이었더라) 뭔소리인지 모르겠으면 모르는대로 보자, 하며 틀었는데 다행히 영화 시작하면서 후르륵 훑어줘서 아슴한 기억으로 대충 통과.

어쨌거나 10대부터 보기 시작했던 한 시리즈를 결국 내 딸이 거의 주인공 나이가 되어서야 완결을 봤으니 징하기도 하고 그나마 끝을 보고나니 긴 시간 같이 늙어간 기분도 든다. 안노 감독이 환갑이더란…

보는 내내 신지 너는 언제쯤 어깨 좀 펴고 말할래, 내가 저놈의 수염난 아저씨의 마누라 얼굴 다시 보겠다고 미쳐 날뛰는 이야기를 몇십년째 보고 있는건가, 툴툴거렸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화면 연출은 너무 멋있어서😑 큰 화면으로 보지 못한 미련이 남았고 등장인물 각자의 서사도 이 감독치고 비교적 친절하게 채우지 않았나 싶다.

보는 사람에게 **는 ##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의 여지를 잔뜩 남기는 방식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뭐가 답인지 찾기보다는 내가 해석한 게 그냥 내가 본 에바였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는 마누라 보겠다고 미쳐 날뛰던 아저씨가 정신을 차리고, 언제나 구석에 쭈그리고 있던 신지가 어깨를 펴고 좀더 어른이 된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끝’이었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챙겨보긴 해도 보던 작품 마저 본다 정도여서 별로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 말은 왠지 찡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신지와 아스카의 서사.
각자의 삶을 찾은 걸 보면서 이상하게 정말 이 이야기가 마지막이구나, 실감이 났는데 서로에게 품었던 마음을 털어놓고 이별하는 장면에서 왠지 이 극장판이 좀더 어른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1995년 TV 시리즈를 만들던 안노와 2021년의 마지막 에반게리온을 만든 안노는 아마도 많이 다르지 않을까. 그래서 저 ‘안녕’은 감독이 관객에게, 그리고 자기자신에게 하는 작별인사처럼 들렸고 화면을 초단위로 나눠 볼 사람들에게 조금의 여지도 남기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한 몇몇 장면들에서도 짐작이 가지만 앞으로 더 이상의 에반게리온은 없을 것이라는 선언 같기도 했다.(물론 이러고 한 10~20년 뒤에 리부트 뭐 이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때의 에바는 안노의 에바가 아닐 것 같은 느낌)

사실 이 영화의 감상은 단 한 줄로 끝나지 않을까.

마침내,

안녕, 모든 에반게리온.

6 responses

  1. 대학다닐때 에바 극장판을 화질구린 불법복제 비디오테이프로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1. Ritz

      제가 봤던 엔드 오브 에바는 심지어 누가 극장에서 몰래 찍어왔던 버전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1. 마자요 ㅎ

  2. 진짜 이게 끝이 나는구나 와
    아 그래도 생각보단 잘 끝냈다….라는 생각부터 드는거 보면 안노 아저씨 죄가 깁니다(…..)

    1. Ritz

      다들 이런저런 감상이 있겠지만 결국 공통된 하나의 감상은 ‘와, 내가 이걸 끝을 보네’ 아닐까 싶어요. ( ”)

      1. 네 정말..=ㅁ= 무려 입대하기 전에 보기 시작한 애니가(……………..)
        신극장판의 극장 상영 날짜 나올때까지도 정말 나올거라곤 안 믿긴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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