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에바 극장판을 본 김에 생각나서 집에 있던 안노 모요코의 감독부적격을 꺼내봤네요.

이걸 처음 사서 읽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극장판 몇편을 보고 다시 읽으니 왜 극장판이 나름 애매하게나마 발랄(?)해졌는지는 좀 알 거 같더라고요.
두 부부가 사는 모습이 알콩달콩하니 부인은 남편의 취미(…)에 맞춰주려고 노력하고 남편도 할 수 있는 한에서(…) 부인을 살뜰히 챙기는 게 보여서 결혼으로 생활이 안정이 되니 세상이 좀 달리 보였나? 싶어요.(그런 면에서 극장판 엔딩은 좀 궁금함. 이번에도 객석 비추고 끝내지 않겠지? -_-)
실제로 책 마지막의 안노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에바 이후로 한때 탈 오타쿠를 의식한 적이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 만화 팬과 업계의 지나친 폐쇄성에 염증을 느꼈을 때였습니다. 당시엔 광장한 자기 혐오을 느꼈지요. 자포자기 상태였습니다.
결혼 후에도 그런 자신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조금 변했다고 느낍니다. 탈 오타쿠로서 그 핵심 부분이 흐려지는 것이 아니라 비 오타쿠적인 요소가 추가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오타쿠이면서도 오타쿠가 아닌, 지금까지의 저에겐 없었던 새로운 감각이군요. 으음, 재미있는 세계입니다.
이건 모두 아내 덕분입니다.
고맙게 생각합니다.

라고 하고 있지요.

대충 이런 분위기…

이 글을 쓰려다 문득 생각나서 처음에 이 책을 읽고 블로그에 적어놨던 감상을 찾아보고 깜짝 놀랐던 게, 기대했던 것보 시시하다고 짧게 남겨놨더라구요.(블로그를 오래 하니 나름 이런 묘미가)
오타쿠 부부의 획기적으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평범했다, 라고 했는데 몇년이 흘러 다시 읽으니 그리 평범하지도 않을 뿐더러(…)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걸로 보아 그 사이에 아마도 제가 취향이 많이 바뀌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오덕이 덜 오덕해졌다든지…-_-)
안노 감독 말마따나 사람은 변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