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을 드라마나 영화화한 작품을 볼 때 좋은 점은 내가 이 작품들을 본 지 너무 오래 돼서 포인트가 되는 트릭 같은 건 아슴하게 알지만 누가 범인이었는지 같은 디테일은 거의 기억이 안 나서 그야말로 안 본 뇌를 산 기분으로 즐길 수 있다.😎

‘얼릭 노먼 오언’이라는 갑부가 얼마 전 구매한 작은 무인도 ‘병정 섬’에 8명의 남녀가 각각의 사연으로 초대를 받는다. 하지만 손님들이 도착한 병정 섬에는 얼릭 노먼 오언도 그 부인도 없었고, 오직 그들에게 고용된 하인 부부 두 명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인들은 주인이 사정이 있어 늦어지니 손님들을 대접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곧 이상한 사실이 밝혀지는데, 초대받은 손님들은 물론이고 하인 부부까지 합쳐서 섬에 있는 열 명의 남녀들 중 누구도 주인 부부를 실제로 알거나 직접 만나본 사람이 없었다.
손님들은 제각기 알고 있는 다른 이름으로 초청을 받았고 하인들도 편지로 고용되어 고작 이틀 전에 섬에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저녁 식사가 끝난 뒤 모두가 모인 응접실에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는데…

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도 역시나 큰 얼개는 기억하는데 디테일은 정말 하나도 생각이 안 나서 드라마 보면서 마치 처음 보는 작품인 듯한 신선한 재미가 있었다.( ”) 심지어 중간중간 쥐덫이랑 섞어서 기억하고 있었더란.

3부작 드라마로, 은근 유명한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맥아더 역은 샘 닐, 로렌스 판사는 낯이 익다 했더니 얼마전에 본 래빗홀에 나왔던 찰리 댄스였다.

오랜만에 다시 봐도 이 책이 나올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을 구성.
엉뚱한 생각이지만 열 명이 죽는데도 드라마로 3부작이 필요했는데 역시 클램프 X 극장판은 러닝타임 생각하면 무리수였다.(…)

1939년 초판본 표지

+글 쓰려고 검색하다가 초판본 제목은 ‘ten little niggers'(…)였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 미국에서 연재될 때 제목이 지금의 것으로 바뀌었다고.
전체 판매량은 1억부 이상.

7 responses

  1. 낙원의샘

    나이먹으니까 어릴때 본 크리스티 소설의 범인들에 대한 기억이 오락가락하더라고요-.-

    1. Ritz

      지금 다시 읽으면 그냥 새로 읽는 내용이더라고요…( ”)

  2. 카펠리아노

    저도 매우 그런편인데 지금 시대에는 일종의 축복 같아요 ㅋㅋ

    1. Ritz

      다 기억하고 있기에는 접하는 매체 정보가 너무 많아요. 그냥 흘려 보내게 되더라고요.

  3. 장미의신부

    아니, 범인이 제일 중요한 포인트 아닌가요? 근데 저도 누가 범인인지 전혀 생각안나네요…(쿨럭) 범인을 기억하는 추리소설이 하나라도 있나 모르겠…-_-;

    1. Ritz

      보다가 ‘아 저 사람이 범인이었구나!’ 하고 얼~마나 놀랐게요.( ”) 저는 범인을 기억하는 건 비뚤어진 집 하나인 거 같아요.

      1. 장미의신부

        십각관이랑 비슷했던거 같긴한데…뭐 일단 등장인물들이 누가 누군지 전혀 기억안나네요…-_-; 마지막 장면만 뭔가 어렴풋한 이미지로 기억이 나는데 영화판을 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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