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일론 머스크라고 불렸던, 페테르 마센이라는 아마추어 발명가가 있다. TED 강연도 나가고 펀딩을 받아 자작 개인 잠수함을 만들기도 해서 주목을 받았는데 그에게 흥미가 생긴 다큐멘터리 감독 에마 설리번은 2016년 여름부터 그의 이야기를 촬영하기 시작했고 이 다큐멘터리는 도중에 갑자기 장르가 바뀌었다. 😑
마센이 자신을 취재하러 온 여기자를 잠수함에 태우고 단둘이 나갔다가 혼자만 돌아온 것. 그리고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다.
애초에 감독이 기획했던 건 로켓을 쏘아 올리려는 사람들의 열정이었을텐데 지금까지 들인 시간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이 벌어졌고 감독은 이후로 충격에 빠진 마센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존에 찍었던 자신의 영상들을 교차해서 이야기를 다시 만들었다.
이 다큐의 무서운 점은 정말 ‘다큐’라는 것.
우리는 그 사람이 보여주고자 하는 면 외에는 상대방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계획했던 바대로 찍은 게 아니다보니 좀 산만해서 다큐멘터리의 구성이나 편집에 대해 좋게 말은 못하겠는데 내용이 워낙 강렬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기록하고 있는 도중에 살인을 계획하는 오만함, 촬영 중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그런 의도를 슬쩍슬쩍 남기며 간 보는 태도 등이 섬뜩했는데 그런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카리스마처럼 받아들여 그의 프로젝트에 열정만으로 참여했던 주변인들의 충격과 상처, 그 사람들이 또 자신의 주변인들로부터 받는 낙인이 안타까웠다.
다큐 마지막의 마센 본인의 인터뷰 내용을 보며 ‘저 사람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자신이 사이코패스라고 믿고 싶은, 그 설정에 심취한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위키 페이지를 읽어보니 역시나 정신과 검사에서는 ‘자기애적 정신병자’ 정도로만 나온 모양.
저 사람은 ‘꿈을 가진, 자존감이 다소 낮은 사람들’을 조종하는 데에 너무 능숙했고 그렇게 누군가의 ‘선의’가 상처입는 걸 보는 건 매번 씁쓸하다. 제발 속은 사람이 ‘속은 자신이 바보같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2020년에는 탈옥도 했었네. 😑(어차피 종신형이라 잡혀도 더 바뀔 것도 없다고 생각했나봄)
https://en.wikipedia.org/wiki/Peter_Mad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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