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덴마크의 일론 머스크라고 불렸던, 페테르 마센이라는 아마추어 발명가가 있다. TED 강연도 나가고 펀딩을 받아 자작 개인 잠수함을 만들기도 해서 주목을 받았는데 그에게 흥미가 생긴 다큐멘터리 감독 에마 설리번은 2016년 여름부터 그의 이야기를 촬영하기 시작했고 이 다큐멘터리는 도중에 갑자기 장르가 바뀌었다. 😑
마센이 자신을 취재하러 온 여기자를 잠수함에 태우고 단둘이 나갔다가 혼자만 돌아온 것. 그리고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다.

애초에 감독이 기획했던 건 로켓을 쏘아 올리려는 사람들의 열정이었을텐데 지금까지 들인 시간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이 벌어졌고 감독은 이후로 충격에 빠진 마센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존에 찍었던 자신의 영상들을 교차해서 이야기를 다시 만들었다.
이 다큐의 무서운 점은 정말 ‘다큐’라는 것.
우리는 그 사람이 보여주고자 하는 면 외에는 상대방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계획했던 바대로 찍은 게 아니다보니 좀 산만해서 다큐멘터리의 구성이나 편집에 대해 좋게 말은 못하겠는데 내용이 워낙 강렬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기록하고 있는 도중에 살인을 계획하는 오만함, 촬영 중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그런 의도를 슬쩍슬쩍 남기며 간 보는 태도 등이 섬뜩했는데 그런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카리스마처럼 받아들여 그의 프로젝트에 열정만으로 참여했던 주변인들의 충격과 상처, 그 사람들이 또 자신의 주변인들로부터 받는 낙인이 안타까웠다.
다큐 마지막의 마센 본인의 인터뷰 내용을 보며 ‘저 사람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자신이 사이코패스라고 믿고 싶은, 그 설정에 심취한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위키 페이지를 읽어보니 역시나 정신과 검사에서는 ‘자기애적 정신병자’ 정도로만 나온 모양.

저 사람은 ‘꿈을 가진, 자존감이 다소 낮은 사람들’을 조종하는 데에 너무 능숙했고 그렇게 누군가의 ‘선의’가 상처입는 걸 보는 건 매번 씁쓸하다. 제발 속은 사람이 ‘속은 자신이 바보같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2020년에는 탈옥도 했었네. 😑(어차피 종신형이라 잡혀도 더 바뀔 것도 없다고 생각했나봄)
https://en.wikipedia.org/wiki/Peter_Mad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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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오 편안한 마음으로, 리츠코님의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처음에 살인자가 누명인 줄 알았을 때 어쩐지 페테르의 제 감상은 ‘사이비 교주’같다 였거든요. 거기다 전공도 기술도 없다는 얘기를 듣고, 뭔가 망치로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나쁜놈입니다.

    1. Ritsko

      저는 인터뷰마다 그 미묘하게 감독을 간 보는 느낌이 너무 싫었어요.
      예전 직장 나오는 이야기나 사이코패스 이야기처럼, 거칠게 이야기하면서 ‘내가 이 사람 앞에서 (겁을 줘서 쫓아내지는 않는) 위협적인 이미지로 보이는 선이 어디일까’ 가늠하는 것 같잖아요.
      위키 페이지를 읽어보니 무학의 용접공으로 잠수함 같은 걸 만들어낸 걸로 사람들한테 주목을 받았었대요. 투자 받은 돈도 많았나보더라고요.(세상에 참 눈먼 돈도 많음. -_-) 근데 잠수함은 그렇다 쳐도 사실 우주선은 또 완전 다른 이야기잖아요. 애초에 성공할 리도 없었고 본인도 가진 건 근거없는 자신감 밖에 없었던 듯요.
      전 회사에서 왜 갑자기 이 사람을 프로젝트에서 배제시켰는지 그게 좀 궁금하더라고요. 다큐에는 본인이 하는 말 밖에 없어서 분명히 뭔가 더 있지 싶은데.

      1. 미치광이 과학자는 보통 자기 집에서 연구한대잖아요. 이상한거 많이 하다가 잘려서. 그런 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중간에 잠수함 내부에 벨브 돌리는 장면을 보고선, 저렇게 어거지로 만들어도 어찌저찌 기계가 굴러가는구나 싶었어요. 그 중력 실험(뱅글뱅글 돌리는 의자)도 만든거 같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1. Ritsko

          딸내미가 그 공중에 사람 빙빙 돌아가는 기계 보면서 롯데월드 놀이기구냐고…-_-;; 전반적으로 너무 조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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