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올라오는 저 ‘우리가 사랑한’ 시리즈가 스탭들 모아 만들 당시의 비하인드 썰을 상당히 적나라하게 풀어서 은근 재미있는데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엘프’와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올라왔다. 전자는 안 봤고 후자는 좋아하는 영화라 뒤쪽만 시청.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팀 버튼이 디즈니에 근무할 당시에 구상했다가 아름답지 않다고(…) 까이고 그 뒤로 비틀주스, 배트맨 등등으로 성공 다음 이 작품의 원안에 대한 저작권은 여전히 디즈니에 남아있다보니(생각해보니 그렇겠더란…) 디즈니의 투자로 만들기 시작한 작품인데 어른의 사정으로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고 세상에 나왔지만 팀 버튼은 원안과 제작을 맡았고 실제 영화를 구현한 감독은 헨리 셀릭(찾아보니 ‘코렐라인: 비밀의 문’ 감독이네)이었다. 그 동안 자신이 공들여 만든 작품에서 이름이 지워진 기분이었을텐데 이런 다큐에서라도 마음껏 썰을 풀 수 있어 즐거웠을 것 같다.
이 다큐에서 다룬 다른 영화들 중에서도 큰 돈 들어가는 작업이 정말 주먹구구(고스트 버스터즈는 거의 쪽대본 쓰면서 촬영했다고 했던가)로 만들어지고 그러다 운이 좋으면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작품도 비슷한 코스를 밟은 모양.
처음에는 각본을 ‘비틀 주스’를 썼던 마이클 맥도웰에게 맡겼는데 도무지 대본이 나올 생각을 안했고 인터뷰 하는 스탭들도 이 사람을 대놓고 까길래(나중에 대본을 마저 완성한 캐롤라인 톰슨은 인터뷰에서 ‘코카인에 돈 쓰느라 글을 한 줄도 안 썼더라’고 하더란…) 본인이 저런 걸 보면 어쩌나 하고 찾아보니 원래 약물 쪽으로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94년에 에이즈 진단을 받고 99년에 사망했다고…
대본이 없어서 아무것도 시작을 못하고 있다가 대충의 스토리라인만 가지고 대니 엘프먼이 일단 ‘노래’부터 만들면서 제작이 시작됐고 맨 처음으로 촬영한 곡은 ‘What’s this’.(화사하게 만든 산타 마을을 보여주면서 ‘디즈니를 안심시키려는’ 숨겨진 목적도 있었다 한다…)
마이클 맥도웰에게서 결과물이 없으니 새 각본가를 찾아야하는데 당장 적합한 사람은 대니 엘프먼이 노래 만드는 걸 옆에서 지겹도록 듣고 있었던 당시 여자친구이자 가위손 각본가였던 캐롤라인 톰슨이었다고.
이번 다큐에는 팀 버튼의 인터뷰는 한번도 안 나오고 대신 대니 엘프먼과 다른 스탭들의 이야기가 메인인데, 팀 버튼을 필두로 모여든 스탭들이 대부분 아웃사이더 기질의 사람들이라 감독도 각본가도, 대니 엘프먼조차도 모두 이 작품에 자신을 어느 정도 투영하며 만들었고 완성된 작품에 대한 애착도 깊어 보였다. 그래서 후반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좀 찡하다.
결국 이 영화가 얼마나 성공했더라? 싶어 찾아보니 개봉 당시에는 그럭저럭 평타, 그러다가 뒤로 갈수록 오히려 입소문으로 계속 오르내려서 결국 dvd와 뒤늦은 머천다이징으로 제작비의 10배 이상 남겼다는데 이 다큐를 보고 나면 만든 사람의 ‘마음이 들어간’ 작품은 당장에는 사라진 듯 보여도 결국 긴 생명력을 가지는구나 싶다.
다 보고 나서 ‘크리스마스의 악몽’도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어졌는데 디즈니 판권이라 넷플릭스에서 내려간 모양. dvd 선반을 뒤적여보니 마침 사둔 게 있어서 그거라도 다시 틀어봐야겠다.
이 작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볼만한 다큐로 추천. 개인적으로는 여기 나온 여성 스탭들이 (작품을 위해 거침없이 달려가 본사와 딜을 쳐서 제작비를 더 가져온 디즈니 쪽 사람부터 남이 버린 각본을 결국 살려낸 각본가까지..) 다들 굉장히 멋있었다.
https://www.netflix.com/title/81337235
기존의 다른 영화 정보에서 접하는 모습도, 여기에서 스탭들이 말하는 모습도 팀 버튼은 정말 세상 대하기 어려운 아웃사이더 중의 아웃사이더 같은데 그럼에도 여러 분야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인 ‘감독’ 일을 하는 게 신기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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