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지옥과 나의 지옥이 다른가봐요
생각해보면, 지옥이란 사람마다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누군가에게는 지옥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수도 있겠지.
시즌 1 때 워낙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틀었다가 유아인이 싫어서 대충대충 훑어보고 지나갔는데 이번 시즌도 평이 좋길래 틀었더니 1화 초반부의 분장으로 알아보지도 못한 문근영 연기에 홀려서 그대로 끝까지 다 봤다. 이 작품에서 문근영 연기는 그야말로 폭발한다.
지난 시즌의 유아인의 연기가 좋았다는 말이 많지만 나는 그저 그 사람의 연기는 항상 약에 취한 상태가와 어울렸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쪽. 영화 <#살아있다> 때의 연기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일반적인 캐릭터는 엄청 어색하다. 예전에 일드 보면서 기무타쿠가 연기를 잘하는 게 아니라 역할이 기무타쿠에게 맞춰져 있는 것이라는 말을 종종 했는데 유아인도 비슷하지 않으려나. 그게 과연 연기를 ‘잘’ 하는 걸까.
아무래도 한 시즌을 끌고 간 캐릭터 배역이 바뀌면 익숙하지 않으니 예전 배우가 더 잘 했던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 눈에는 이번 시즌의 정진수 역에는 김성철 배우가 더 잘 맞았다. 유아인의 정진수는 유아인의 연기가 늘 그렇듯이 약간 ‘돌아있는’ 느낌이었다면 김성철의 정진수는 반듯한 인상에 맑은 눈으로 광기와 카리스마를 뿜어냈는데, 지옥까지 끌려갔다 온 부활자의 공포를 안고 가는 깊이는 김성철 쪽이 더 탁월해 보였다.
보통 시즌 1보다 2가 더 재미있기 힘든데 이 작품은 이번 시즌이 훨씬 재미있었다. 엔딩도 좋았고 뒤에 또 다른 이야기 나온다고 해도 궁금해서 보게 될 듯.
감독 인터뷰를 보니 6부작이 자기가 생각하는 적당한 길이라고 하던데 나도 보면서 너무 늘어지지 않고 달려가기 좋은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부에서 더 할 이야기가 있나 싶었는데 오히려 그 설정을 기반으로 깊고 넓게 세계를 펼쳐낸다.
김현주의 액션은 정말 파워풀하고, 문소리의 발음 딱 떨어지면서 또랑한 대사들은 작품의 설정을 끌고 간다. 문근영은 단지 2회 등장에 작품 전체를 장악한 듯한 연기를 보여주고(보고 나면 비중이 아쉬울 정도) 김신록의 ‘정신이 멀쩡한지 아닌지, 경계가 모호한’ 연기도 대단해서 6부 내내 배우들의 연기 차력쇼를 보는 듯했다. 그 외의 단역들 연기도 어느 하나 구멍이 없고.
정진수의 마지막도 흥미로웠고 이번 시즌에 등장한 복선들 만으로도 한 시즌 정도는 더 만들 수 있지 않으려나. 감독은 자신에게 건담 같은 작품이라고 했는데 다 보고 나니 세계의 확장성 면에서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는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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