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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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용미의 드라마였다는 평이 많이 보여서 시작.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 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장태수(한석규)는 사람이 죽을 때마다 딸에게 가서 ‘니가 죽였냐’고 묻는데, 그게 네 명째쯤 되니 보는 내가 ‘저 정도면 딸이 억울해서라도 하나쯤 죽이고 싶었겠는데’라는 생각은 들더라. 😑

보이는대로 믿는 게 아니라 믿는대로 봐.

하필이면 극중에서 장태수의 딸이 린양과 동갑인 설정이라 이 드라마를 스릴러 장르로 즐기기 보다는 아무래도 부모로서 자꾸 저 상황에서 부모로서의 나라면 어떻게 할까, 에 시선이 갔다.

하빈 역의 배우가 감독에서 이 캐릭터가 사이코패스인가, 물었을 때 감독이 거기에 무게를 두지 않았으면 했다고 하는데 나도 보는 내내 저 캐릭터가 과연 사이코패스일까, 싶었다. 내 주변에 둘러봐도 저 정도로 감정의 기복이 없고 사회적인 교류에 서투르고 좀 무심해보이는 성격은 가끔 있는데, 어쩌면 계속 범죄자를 상대하고 분석하는 아이 아버지의 직업이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됐을지도.

부모로서 자식을 믿어줘야 하는 것도 맞지만 다른 면에서 자식이 잘못했을 때 그걸 바로 잡아야 하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하빈이의 부모는 아이의 특수성에 너무 함몰돼서 이 두 가지를 모두 놓쳤고 그래서 세 가족이 깊은 수렁에 빠져든 게 아닐지.

일단 1~4화까지 등장인물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채로 높은 긴장감을 유지하고 엄청나게 흔들리면서 나아가서 조금 인내심이 필요하고 5화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이야기가 액셀을 밟듯 부웅 하며 앞으로 전진한다. 그래서 용두龍頭까지는 인정하기 좀 그렇고 10화까지 다 본 감상은 근래에 드물게 군더더기 없이 마지막까지 탄탄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 점에서 용미龍尾는 인정.

배우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으나 극중 나이에 비해 다소 원숙한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다. 역할과 비슷한 나이의 배우를 골랐더라면 드라마 톤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물론 요즘 고2 중에 어른과 구분 안 가는 애들도 수두룩하다만 우리집 고2가 유난히 아직 애 같아서 나한테는 한층 괴리감이 느껴졌던 듯;;
한국 드라마를 잘 안 보다보니 처음 보는 배우인데 연기하는 톤이 되게 특이했다.
다른 작품에서도 저런 느낌으로 연기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이 드라마에는 꽤 잘 어울렸는데, 오늘 우연히 간 카페의 저 정도 나이대의 남자 직원이 저런 말투로 말을 해서 좀 웃었다. 저 세대 특유의 톤일까.
솔직히 이번 드라마에서 한석규의 연기가 좋았다고는 못 하겠다. 이 캐릭터를 어떻게 잡은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딕션이 너무 뭉개지고 연기가 좀 올드한 느낌. 기사나 배우들 인터뷰에서는 칭찬 일색이던데 내 눈에는 그다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건 역시 이 최유화 배우가 아닐까;;

4 responses

  1. 낙원의샘

    간만에 본방사수하면서 재미있게 본 공중파 드라마였네요. 설마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러면 드라마 재미없어지겠는데 했는데, 그래도 재미있게 잘 끌고 가더라고요.

    1. Ritsko

      저는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많이들 이야기하는 시점에서 한두편 남았길래 일부러 기다렸다가 시작했어요. 근래 본 중에 제일 이야기가 탄탄했던 작품이었어요. 재미있게 봤네요. 🙂

  2. WG

    구경장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에 나왔었어요. 같은 톤으로요.
    당시에 톤이 너무 특이해서 인상이 깊었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약간 살이 쪘나? 그래서 못알아보고 계속 가물가물 하기만 한거예요. 머리속이 간질간질!!! 그래서 이름으로 찾아봤더니, 동일인 이더라고요.
    저렇게, 매번 말끝마다 입을 다소곳하게 꽈악 다무는게 ㅎㅎㅎ 좀 특이해서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저도 보면서 부모의 마음으로 엄마 아빠를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마음을 열고 이해하려고 해도 일단 다른 자식이 죽었으니 온전한 마음으로 바라보는건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1. Ritsko

      구경장 배우는 찾아보니 아직 작품이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고요. 연기하는 톤이 좀 특이하죠?

      한 아이를 보내고 남은 아이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그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지옥일지, 아이 엄마도 아빠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서 여러모로 보기 힘든 드라마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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