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시간 (Adolescence,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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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를 언뜻만 보고 살인범을 찾는 이야기인 줄 알고 시작했다가 예상과는 다른 장르여서 당황했으나 4부작이라 짧다보니 어찌저찌 다 봐버렸고 보고 나니 한참 머리에 들러붙어서 털어내는 기분으로 몇 줄.

같은 반 친구의 살해 용의자가 된 13세 소년.
그의 가족과 심리 상담사, 형사는 모두 같은 질문을 마주한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1화에서는 용의자가 된 제레미가 체포에서 구금되기까지의 과정, 그 과정 속에서 가족의 반응 등등으로 이어지고
2화에서는 수사 담당한 경찰들이 제레미가 다니는 학교에 가면서 보여지는 현재의 붕괴된 교실의 모습, 그리고 어른들은 짐작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인스타그램 언어와 관계들에 대해
3화는 제레미와 <여성> 심리상담가의 대화
4화는 제레미가 체포된 이후 제레미의 가족들(부모와 누나)의 무너진 일상

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찾아보니 특이하게도 매회차 50여분을 원테이크로 찍었다고 하고 보는 사람이 불편할 만큼 훅 다가오는 긴장감은 이 방식 때문도 있을 듯.

3화와 4화 때문에 이 드라마가 머리에 오래 남을 것 같아 좀 피곤한데, 3화에서는 고작 13살인 제레미가 성인 여성조차 자신보다 약한 대상으로 인지하고 ‘위협’을 시도하는 모습에 이것이 전세계적인 문제였다는 게 아찔하고 더이상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마지막에 심리상담이 끝나고 무너지듯 울음이 터지는 모습에 여성으로서 그 기분이 너무나 바짝 다가와서 먹먹하고.
4화는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다보니 주기적으로 다가오는 고민-인간이 타고나는 천성이 몇이고 육아로 바꿀 수 있는 여지는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거친 방식의 질문이어서 힘들었다. (전세계적으로 예전의 부모는 왜 그렇게 애들을 때렸나 몰라. 영국인 아저씨가 나는 아버지한테 혁대로 맞아서 내 자식만큼은 절대 안 때리려고 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 자란 내가 너무나 공감하다니… 😑 )
한편으로는 지금의 세상에서 육아는 아이를 잘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키는 것 외에도 그 아이가 내가 모르는 공간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가, 에 대한 끊임없는 확인이 엄청 중요해졌는데 사회는 아직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어른이 보는 것들에 노출되고 SNS라는, 쉽게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고 고립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진 이런 세상에서 이 최악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을까.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그랬지만 보고 나서도 이 갑갑함이 길다.

6 responses

  1. 모종

    저도 이거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직 못봤습니다. 유툽에서 예고편이 추천으로 떠서 보다가 기겁을 하고 혹시 이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상물인지 검색을 하니까 ㅋㅋㅋ 외국에서 엄청 검색을 한 건지 실화아니라고 뉴스까지 떴더라구요. 정말 걱정되는 현실이에요

    1. Ritsko

      특정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건 아니겠지만 문득 저런 비슷한 일이 과연 없었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의 상황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는 굉장히 필요한 작품이었는데 보고 나니 내내 머리에서 안 떠나네요.

      1. 모종

        보기가 갑자기 조금 무섭습니다 ㅠㅠ 근데 저도 예고편에서 나오는 살담장면에서 괴상한 기시감같은게 있어서 말씀하시는게 뭔지 알것같아요.

  2. 은다

    저도 이거 아껴뒀어요. 요즘 화제작이더라구요. 재밌는게 원테이크로 드라마를 만들었대요. 주인공 애기 연기가 수준급이라면서 놀라워하던데 시간 있을 때 보려구요^^;

    1. Ritsko

      원테이크 촬영이 드라마 분위기랑 엄청 잘 맞는데 배우들은 고생했겠더라고요;;

      1. 은다

        헐… 그렇군요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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