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슬슬 저는 메인 스토리보다 이야기 속의 작가나 작품 이야기가 더 재미있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권이었습니다.(이상하게 지에코 이야기에 별로 호기심이 안 동하네요. 왜일까… -_-;)
이러고 사실 지에코는 ‘미래에서 온 여인~’ 하고 끝나는 거 아닌지 몰라요. -_-;
다 보고 나니 두 주인공의 이야기보다 민들레 소녀라는 작품과 미야자와 겐지, 두 가지만 남았어요.(민들레 소녀는 클라나드 때문에 이미 유명한 모양? 엔딩에 대해 정확히 안 나와있어서 좀 궁금하기도…)

미야자와 겐지는 애니메이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접할 수 밖에 없는 이름일 거에요. 은하철도의 밤, 첼로 켜는 고슈, 주문 많은 요리점…
정작 이 중에 제대로 읽은 작품은 없지만 린양이 아주 어릴 때 사준 이 작가의 ‘떼쟁이 쳇’이라는 동화책은 엔딩이 홀딱 깼지요. 주인공 쥐가 싸가지 없긴 했지만 쥐덫에 갇힌 채 배드 엔딩으로 끝나는 동화책이라니, ‘미야자와 겐지’라는 이름에 끌려 사서 몇번 읽어주고 다시 꺼낸 적이 없는 듯… -_-;

등장인물들이 미야자와 겐지의 시 이야기를 하면서 잠시 등장한 ‘죽어가는 동생에게 눈을 떠다준다’는 내용을 보고 궁금해서 ‘영결의 아침’ 전문을 찾아봤는데 아련하니 슬프네요.(일본의 제망매가인가..;)
살아 생전에 자비로 두 권의 책만 내고 그나마도 안 팔려서 그 책에 손수 원고를 조금씩 고쳐나갔다는 이야기도, 이 시도 흥미가 당겨서 이 작가 시집을 찾아봐야겠습니다.

けふのうちに
오늘 중으로

とほくへいってしまふわたくしのいもうとよ
먼 곳으로 떠나 버릴 내 누이여

みぞれがふっておもてはへんにあかるいのだ
진눈깨비가 내려 밖은 불길하게 밝다

(あめゆじゅとてちてけんじゃ)
(진눈깨비를 떠다 주세요)

うすあかくいっさう陰惨いんさんな雲から
조금 밝고 한층 음산한 구름에서

みぞれはびちょびちょふってくる
진눈깨비는 추적추적 내려온다

(あめゆじゅとてちてけんじゃ)
(진눈깨비를 떠다 주세요)

青い蓴菜じゅんさいのもやうのついた
푸른 순채 모양이 그려진

これらふたつのかけた陶椀たうわん
이 두 그릇 이 빠진 도기 그릇에

おまへがたべるあめゆきをとらうとして
네가 먹을 진눈깨비를 뜨러

わたくしはまがったてっぽうだまのやうに
나는 쏜살같이

このくらいみぞれのなかに飛びだした
어두운 진눈깨비 속으로 뛰어들었다

(あめゆじゅとてちてけんじゃ)
(진눈깨비를 떠다 주세요)

蒼鉛さうえんいろの暗い雲から
어두운 구름으로부터

みぞれはびちょびちょ沈んでくる
진눈깨비는 추적추적 내려온다

ああとし子
아, 도시코여

死ぬといふいまごろになって
죽음을 앞둔 지금 이 순간에

わたくしをいっしゃうあかるくするために
나를 평생 맑게 하려고

こんなさっぱりした雪のひとわんを
이런 산뜻한 눈 그릇을

おまへはわたくしにたのんだのだ
너는 내게 부탁했다

ありがたうわたくしのけなげないもうとよ
고맙다 나의 다정한 누이여

わたくしもまっすぐにすすんでいくから
나는 바로 살아가겠다

(あめゆじゅとてちてけんじゃ)
(진눈깨비를 떠다 주세요)

はげしいはげしい熱やあえぎのあひだから
고열과 신음으로 괴로워하며

おまへはわたくしにたのんだのだ
너는 나에게 부탁했다

銀河や太陽、気圏などとよばれたせかいの
은하나 태양 그리고 대기권 세계의

そらからおちた雪のさいごのひとわんを……
하늘에서 내린 눈의 마지막 한 그릇을……

…ふたきれのみかげせきざいに
……두 덩어리의 화강암에

みぞれはさびしくたまってゐる
진눈깨비는 쌓여 있다

わたくしはそのうへにあぶなくたち
나는 그 위에 불안하게 서서

雪と水とのまっしろな二相系にさうけいをたもち
눈과 물의 두 가지 상태를 유지하며

すきとほるつめたい雫にみちた
투명하고 찬 물방울이 가득 매달린

このつややかな松のえだから
이 반들거리는 소나무 가지에서

わたくしのやさしいいもうとの
나의 상냥한 누이의

さいごのたべものをもらっていかう
마지막 음식을 갖고 가자

わたしたちがいっしょにそだってきたあひだ
우리가 함께 자라 온 동안

みなれたちゃわんのこの藍のもやうにも
눈익은 밥그릇의 쪽빛 무늬에도

もうけふおまへはわかれてしまふ
이제 오늘 너는 이별을 고한다

(Ora Orade Shitori egumo)
(나는 나 홀로 떠납니다)

ほんたうにけふおまへはわかれてしまふ
정말로 오늘 너는 이별을 고한다

あああのとざされた病室の
아, 닫혀진 병실의

くらいびゃうぶやかやのなかに
어두운 병풍이나 모기장 속에서

やさしくあをじろく燃えてゐる
부드럽고 창백하게 불타고 있는

わたくしのけなげないもうとよ
나의 다정한 누이여

この雪はどこをえらばうにも
이 눈은 어디를 고르더라도

あんまりどこもまっしろなのだ
아주 어디나 새하얗다

あんなおそろしいみだれたそらから
저리 무시무시하게 흐린 하늘에서

このうつくしい雪がきたのだ
이 아름다운 눈이 내려왔다

(うまれでくるたて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때는

こんどはこたにわりやのごとばかりで
이렇게 자신의 일만으로

くるしまなあよにうまれてくる)
괴로워하지 않게 태어나겠습니다)

おまへがたべるこのふたわんのゆきに
네가 먹는 이 두 그릇의 눈에

わたくしはいまこころからいのる
나는 지금 진정으로 기원한다

どうかこれが天上のアイスクリームになって
부디 이것이 천상의 아이스크림이 되어

おまへとみんなとに聖い資糧をもたらすやうに
너와 모두에게 정갈한 음식이 되도록

わたくしのすべてのさいはひをかけてねがふ
나의 모든 행복을 바치어 기원한다

永訣の朝(영결의 아침) 宮沢賢治(미야자와 겐지)

오래된 책에 관한 사건을 함께 겪어온 시오리코와 다이스케.
조금씩 가까워져 가는 그들 사이에는 시오리코의 행방을 감춘 어머니, 지에코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고서 교환전’에서 일어난 기묘한 사건, 제목도 저자도 모를 책의 수수께끼, 미야자와 겐지의 <봄과 아수라> 초판본 도난 사건 등을 통해 그들은 마침내 지에코가 남긴 흔적에 다가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