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올해 가족여행은 원래 9월에 큐슈 쪽을 노리다가 10월에 린양 학교 연휴가 길게 있다는 걸 알고는 뒤늦게 행선지와 일정을 변경한 거였는데 오키나와로 태풍이 족족 올라오는 거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 10월까지 올 줄이야. -_-;

나한테 왜 이래요…

그야말로 오키나와 명물인 태풍까지 경험한 다채로운 여행이었다.

긴 연휴 덕에 평소보다 일정도 길게 잡았었는데 그 덕에 그나마 중간 이틀 정도만 날리고도 며칠동안 그럭저럭 다닐 수 있었다.(돌아오는 날 날씨가 제일 좋았던 건 좀 원통함. 정말 딱 하루만 더 연기하고 싶더라… =_=)

날린 날들이 아쉽긴 했지만 이번에 골랐던 숙소들이 다 여러 의미로 재미있었고, 지난번 왔을 때 약간 아쉬움이 남았었던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실컷 원없이 시간을 보내고 올 수 있었던 점 등등, 돌이켜보면 나름 괜찮은 여행이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은 건 맨 처음 잡았던 숙소인 츄라우미 빌리지.
예전에 갔을 때보다 성수기 시즌인데다가 여행 기간도 길고 이제 린양이 학교를 들어가서 여러모로 예산이 늘어나는 바람에 옆사람이 평소 가던 리조트 숙소를 포기하고 좀더 저렴한 곳들 중에서 평가가 좋은 곳을 찾다가 그야말로 ‘독보적’으로 별점이 높고 후기가 월등하게 좋아서 예약을 했다는데 전문적인 업체가 하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소박한 개인의 ‘방향성’이 느껴지는 곳이라 너무 마음에 들었다.

펜션 주인이 딸이 둘 있는 가장인데 자신이 딸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다보면 물론 비싸고 우아한 리조트 같은 곳이 좋긴 하지만 아이들이 집처럼 편안하게 지낼 수 있고,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이러면 좋겠다 싶었던 점들이 있어서 그런 걸 모아서 열었다고.

2013년 1월 1일에 오픈한, 비교적 신생이어서인지 숙소 상태도 깔끔하고 좋은 편.

요렇게 일본식 단독주택이 나란히 몇 채가 늘어서 있는데 크기가 조금씩 다르고 우리가 묵었던 곳은 인원수에 상관없이 1박에 9천엔이었다. 조금 더 평수가 큰 곳은 더 비싸고 시기에 따라 가격은 유동적이라고.

마치 일본 만화에 나올 것 같은 전형적인 일본식 단독주택 구조. 예전에 일본 살 때도 맨션에 살았다보니 이런 단독주택에서 생활해보는 것도 나름 묘미가 있더란.
간단히 식사도 해먹을 수 있고 세탁기도 마음대로 쓸수 있어서 애 데리고 여행하기에는 정말 편했다.
세탁세제나 주방세제, 입욕제 등등도 다 준비되어 있고 돌체구스토 캡슐 하나에 100엔. 옆에 있는 저금통에 알아서 넣으면 된다. : )

2층은 침실.
왼쪽 방에는 천장에서 내려오는 사다리가 있어서 3층 다락으로 올라갈 수도 있었다.

곳곳의 인테리어도 아기자기.

숙소 이용시 주의사항 등등이 담긴 클리어파일이 한권 있는데 그 안에는 주인이 나름대로 근처의 명소, 비 오는 날은 뭘 하면 좋은가(…), 맛집 등을 정리해두었다.(전부 손글씨라서 은근 정성스러움..;;)
주인이 꼼꼼하게 손님들 신경쓰는 게 느껴져서 자발적으로 가능하면 깨끗하게 이용하고 퇴실하고 싶게 만드는 곳이었다.


숙박 후기를 남길 수 있는 노트도 비치.

시키지도 않았는데 린양이 언제 썼는지 대표로 글도 남겨놨다…;

위치도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얼마 멀지 않은 데다가 근처에 바다색이 예쁜 해변가도 있어서 수족관을 노리고 가는 가족단위 여행이라면 여러모로 메리트가 클 듯.
숙소 성격상 조식이 없는 점은 약간 번거롭지만 일본이야 워낙 이온이나 맥스밸류 같은 수퍼들이 산재해서 묵는 동안 간단히 빵이랑 1회용 스프 사다두고 해결해서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지내다보니 아, 이런 조용한 동네 단독주택에서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밤 12시에 마음껏 세탁기 돌리고 있자니 특히나 강렬하게 들었음)

다만 건물이 컨테이터 베이스이다보니 태풍 만나면 지내기 좀 무서울지도? 우리가 묵은 둘째날 밤에는 비바람이 꽤 불었었는데 침대가 조금씩 흔들리는 기분이라 자다가 식겁…  (오늘 포스팅하느라 홈페이지 들어가니 결국 11일경에는 정전됐었다보다..; 별일 없었어야 할텐데.)

홈페이지는 http://ちゅらうみ.com/ch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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