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올해는 작년보다 책을 좀더 읽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린양이 개학하니 학기초가 정신없이 흘러가고 지난주에 학부모 면담까지 마치니 이제야 한 텀 끝난 기분.

지난달인가, 도서관 드나들 정신이 없던 차에 리디북스에서 마침 삼국지 전권 세트가 할인가에 떴길래 좋아하는 책이라 공간 차지할 걱정 없이 질렀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게 연합고사(요즘 애들은 이게 뭔지로 모르겠구나) 끝나고 지금처럼 선행학습이네 뭐네 하는 게 별로 없던 시절이니 시간도 많았던 데다가 당시 담임 선생님이 애들에게 무조건 읽으라고 권하신 작품이기도 해서 손에 잡았는데 정말 중반 넘어가면서는 거의 하루에 두어권씩 읽어내렸던 것 같다. 연합고사 끝나고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3-4바퀴는 족히 돌았던 듯.
그때만 해도 정말 나오는 인물들이 어쨌거나 하나같이 꽤 근사해 보였다. 그 중에 제일은 역시 제갈공명이었고.

그 뒤로도 전혀 다시 안 펴본 건 아니지만 다시 처음부터 작정하고 잡은 게 한 20여년만인 건데…

 책 진도가 안 나간다…

도입부의 유비와 상산초옹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현실에서는 이렇게 밑도끝도 없이 해주면 결국 호구인거야!’라고 버럭 했는데 그 뒤로 주먹구구로 덤비는 장비에 짜증나고 지금 보니 진짜 이렇게 우유부단하고 체계도 없이 도대체 어떻게 한 자리 차지했던 거지? 싶은 유비에, 각 군주들이 연합했다 옥새 때문에 제각각 흩어지는 건 정말 찌질해서 괴롭다. ㅠ.ㅠ  (열심히 본다 한들 책에서는 도판으로 초선이가 벗을 것도 아니잖아? -_-) 게다가 싸우면서 어찌나 허세들을 떠는지 정말 손발이 자동으로 오글오글한데….

평소 읽는 속도라면 지금쯤 대충 후반부까지는 갔어야하는데 정말 진도가 안 빠져서 이제 간신히 3권 돌입. 도서관에 신청한 책 두 권이 들어올 때까지는 버티려고 잡은 거라 어쩌면 그게 들어오는 게 먼저일지 알 수 없는 상황.
일단 적벽대전까지만 가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도 유비는 그노무 인의를 빙자한 우유부단함으로 자리를 잡을만하면 정처없이 떠돌고 있고 나는 과연 이번에 이걸 10권까지 다 읽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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