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올여름 어쩌다보니 한국 미술에 대한 책을 얼결에 세 권이나 내리 읽었는데 검색하다보니 마침 리움 미술관에서 큰 전시회를 하고 있다길래 벼르다 오늘 드디어 난다님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출동.(지난주는 날씨가 정말 끔찍해서 아무데도 가기 싫더라)

입구에서 안내하시는 분이 세밀가귀전 쪽에 사람이 몰려 있다고 상설 전시회를 먼저 보면 어떠냐고 하시길래 얼결에 그쪽부터 훑어 내려왔는데 아이들은 아직 역사에 대해 별로 배운 것도 없어 도자기들이 주루룩 있는 게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던 듯하고 나는 청자와 백자가 그렇게 다양하게 모여있는 건 태어나서 처음 본 것 같은데 양쪽의 분위기가 너무나 확연하게 달라 흥미로웠다.
정말 그 옛날 물건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세련되고 우아한 청자들을 지나 백자로 내려오니 난데없이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선사시대 아니면 오히려 현대미술 느낌마저 나는 도자기들이라 아, 양쪽 시대 분위기가 정말 달랐구나 새삼 와닿았을 정도…;

(오른쪽 걸 보더니 린양은 ‘나도 저렇게는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주장을…)

상설 전시를 대충 다 보고 나와서 세밀가귀전으로.
방학시즌이라 오픈 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제법 붐볐고 어쨌거나 특별전은 이번 리움 전시회만 다 훑어도 향후 몇년간 한국 미술 관련 전시회는 더 볼 게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볼륨감으로나 작품 퀄리티면에서나 대단했다.

정선의 금강전도, 매번 인터넷으로 사진만 봤던 책가도,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린양의 베스트는 이 작품이었음) 등등 궁금했고 볼 일이 있을까 싶었던 작품들을 꽤 많이 누릴 수 있어 여러모로 눈이 호사한 시간이었다.
린양 컨디션이 좋았으면 여유있게 돌고 싶었는데 아침부터 움직였더니 영 힘들어해서 좀 서둘러 내려온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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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진들을 찍고 있길래 보니 플래쉬만 안 터뜨리면 따로 제재하지는 않는 모양. 매번 교과서나 책에서만 보다가 실물로 보니 정말 그 보송한 고양이의 질감이 너무 절묘해서 카피본이 있으면 하나쯤 갖고 싶더라.
변상벽의 묘작도. 고양이를 너무 잘 그려서 별명이 ‘변고양이’였다지.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진들을 찍고 있길래 보니 플래쉬만 안 터뜨리면 따로 제재하지는 않는 모양이라 너무 마음에 들어 이것 한 장만. 매번 교과서나 책에서만 보다가 실물로 보니 정말 그 보송한 고양이의 질감이 너무 절묘해서 카피본이 있다면 하나쯤 갖고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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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responses

  1. misha

    역시 돈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걸까요ㅠㅠ 안 그래도 이번에 휴가를 서울로 다녀왔는데, 아이들 데리고 다니기가 수월해서 다음에도 서울 휴가, 박물관이나 미술관 투어를 해보자고 얘기했더랬는데… 포스팅하신 걸 보니 더 가보고 싶어졌어요.

    1. Ritz

      역시 돈의 힘이쥬. -_-d 정말 기가막히는 것들만 쏙쏙 골라 갖다놨더라고요. 지인의 표현을 빌자면 중앙박물관 것 열 가지보다 여기 한가지가 더 본 것처럼 본 기분이 든다고…
      찾아보면 의외로 늘 전시회는 뭔가 볼만한 게 있더라고요. 방학 시즌이면 더더군다나 그럴 거예요. 대신 가능하면 시작 시간에 맞추시는 게 보통 사람이 적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