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작년 12월에 전시 시작 소식을 들으면서 다음해 4월까지라길래 사람 좀 줄어들면 여유있게 봐야지, 하고 게으름 피웠더니 결국에는 끝나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보러 갔다 왔네요.
삼십여년만에 처음(?)으로 동생 둘과 동행한 전시회 관람길이었습니다.

계속 미뤘던 이유 중 하나는 내내 사람이 넘치게 많다,는 풍문 때문이었는데 좀 지나면 한가해지겠지 했건만 마지막까지 고르게 붐비는 분위기인가봅니다. 특히 주말에 대기시간이 심할 때는 3시간 가까이 됐다고 하니, 팀 버튼 영화가 국내에서는 그리 흥행에 재미를 못보는 편이었다고 알고 있는데 그에 비해 감독 본인은 굉장히 사랑받고 있나봅니다.( ”)

오늘도 끝나기 3일전, 금요일이라 붐빌 것을 각오하고 아예 일찌감치 나서서 시립미술관에 도착한 게 10시 반이었는데 그때도 이미 전시회장 초입은 붐벼서 지나가기도 어려울 정도더라구요. 그나마 뒤로 갈수록 사람이 좀 적어져서 후반은 비교적 여유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전시회 초반부는 감독의 어린시절 낙서(?)부터 미술 작품들이, 중반부는 감독의 단편들, 후반부는 영화에 관련된 자료들이 걸려 있는데, 영화팬으로서 재미있었던 건 영화 관련 소품-가위손에 나왔던 실제 가위손이라든지 배트맨 가면, 캣우먼 의상 등등-이나 작품 구상해둔 스케치들이었습니다만 나중까지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역시 초반부의 다양한 낙서와 그림작품들이었어요.

어찌 생각해보면 그 전시물들이 ‘진짜 팀버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린시절부터 그린 그림들이 하나같이 음산하고 기괴해서 머리 속에 어떻게 저런 것들이 들어있을까 싶더군요. 더불어 머리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마음껏 그려낼 수 있는 그 능력도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_-;
뭐라고 딱 집어 말할 수 없이 기이한데(두 눈에 못이 박힌 소년이라든지..?) 징그럽다기보다는 어딘가 불쌍하고 슬퍼 보이는 점이 이 감독 그림의 매력인 듯해요.

다른 한편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본인의 낙서들을 참 꼼꼼히도 모아놨다는 점? (보통 냅킨에 그리는 낙서까지 모아두나…? 설마 아주 어릴 적부터 이런 전시회를 구상하면서 살아온 건 아닐텐데… -_-; )

중간중간 단편 영화들라든지 지금까지 나온 영화들의 몇몇 장면들만 추려서 간간히 틀어두어서 다 보고 나오니 갑자기 몇몇 작품은 다시 한번 처음부터 제대로 보고 싶어지네요.
지금까지 본 팀버튼 영화는 비틀쥬스, 가위손, 배트맨, 크리스마스 악몽,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데 그 중 베스트는 역시 가위손이려나요. 그 다음은 크리스마스의 악몽? 이 작가는 원작이 있는 작품보다는 본인이 직접 만드는 이야기가 더 재미있더라고요.
오늘 영상들 보다보니 못보고 지나간 ‘스위니 토드’도 좀 궁금해져서 챙겨 봐야겠습니다. : )

평일 오전시간인데 기념품샵까지 붐볐던 걸 생각하면 이번 주말 관람은 정말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마치 놀이공원 들어가는 기분(?)이 드는 입구.
마치 놀이공원 들어가는 기분(?)이 드는 입구.
전시회를 다 보고 나오면 나름 사진 찍을 만한 곳도 마련해 두었네요.
전시회를 다 보고 나오면 나름 사진 찍을 만한 곳도 마련해 두었네요.
옆에서 사진 찍으면 재미있을 듯도...
옆에서 사진 찍으면 재미있을 듯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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