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10년 전 오늘, 나는 결혼을 했더랬다.  (저 인터넷에서 주운 웨딩 케이크 사진은 다시 봐도 강렬하도다)
그 전날, 그리고 당일날 어떤 기분이었던가 생각해보니 그냥 별 실감이 안났고 정신이 없었고 어리버리하는 사이에 식도 끝나있더라… 였던 듯? 식 당일날 날씨가 좋았던 건 기억이 난다.

결혼을 하고 10년이 흐르는 동안 생각지도 않게 해외에서도 살아보고 그곳에서 길게 있을 줄 알았더니 또 갑작스럽게 한국으로 돌아오고, 어쩌다보니 아이도 낳았고 시간이 흐르니 학부모가 되었다.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는 동반자, 그리고 조용히 베갯머리에 이렇게 쪽지를 두고 갈 줄 아는 (나랑은 참 다른) 애교 넘치는 딸내미를 두었으니 더 이상 크게 바라는 것도 없고 앞으로도 이렇게 세 가족이 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작은 바람.

결혼기념일 당일인 목요일은 린양 일정이 제일 바쁜 날이라 따로 외식을 하기 어려울 것 같아 일요일에 미리 당겨서 식사를 하러 옆사람이 미리 예약해둔 스시집에 갔었는데 정말 린양 젓가락이 쉬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린양이 하나씩 입에 넣을 때마다 눈이 똥그래지는데 보면서 얼마나 웃기던지. 아이 초밥은 먹기 좋게 작게 만들어 주시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나는 보통 초밥집 가도 두어가지만 집중공략하고 나오는 편인데, 카운터에 앉아서 하나씩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주는 초밥이 족족 너무 맛있어서 하나도 남길 것 없이 먹어댔더니 배는 점점 불러오는데 다음에 나올 게 뭔지 궁금해서 그만 먹겠다고 할 수가 없는 상황…; 가격이 싼 편은 아니었어도 그 가격에 비해 초밥 맛이 너무 좋고 양도 많아서 흡족한 시간이었다.

매번 카메라 들기가 민망해서 몇 가지만 사진으로 남겼는데 정리하면서도 다시 먹고 싶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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