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지내던 숙소가 원래 구하려던 곳보다 많이 저렴했던 대신 나흘 먼저 비워줘야 해서 나머지 기간은 근처에서 호텔이라도 잡으면 되겠지 하고 있던 차에 마침 16일 월요일이 휴일이라며 수인님네가 나머지 기간 어디 여행이라도 가서 큰 집 빌려 같이 밥이나 해먹자시길래 ‘우와, 감사감사’ 하며 계획을 잡았는데 마침 그 즈음 수인님네를 만나러 샌프란으로 여행을 계획 중이던 오클라호마의 어메식님네가 우연히 우리도 버클리에 있다는 이야기에 합류, 생각지도 않게 한 자리에 모였다.

그래도 한달이나 이런저런 소동 속에 지내면서 나름 정이 들었는지 숙소에서의 짐을 빼는데 왠지 허전해서 기념삼아 영상도 좀 남겨두고…

그러고보니 인앤아웃 버거가 유명하다는데 못먹어본 게 생각나서 아침겸 점심 삼아.

요즘에야 한국에도 맛이 괜찮은 수제버거집이 꽤 생겼다보니 맛이 독보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깔끔하고 가격이 일반 버거 가격 정도라서 가성비 면에서 훌륭했음. 감자튀김이 기름기가 적어서(옵션이 있다고) 마음에 들었고.

배 채우고 에머리빌 쪽 반스 앤 노블에서 시간 좀 보내다가 수인님네 들러 장 볼 목록을 받아 어메식님네와 코스트코에서 접선.
예전에는 그래도 2년에 한번 정도는 한국에서 꼭 얼굴 봤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정말 오랜만에 그것도 엉뚱하게 미국땅에서 뵈니 괜히 더 들뜨고 반갑더란.

얼결에 미국에서 코스트코 구경(?)까지 하고 맡은 임무 완수한 후 목적지를 향해 출발.

저 날 들어가는 길에 좀더 평탄한 길이 있음에도 구글맵이 뭔 심보인지 엄청나게 구불구불한 곳으로 안내해서 가뜩이나 어두워지는 시간에 처음 가는 가로등 따위 없는 산길을 뚫고 나가느라 식겁했는데 이제와서 영상으로 다시 보니 그 덕에 하염없이 펼쳐지는 목장과 호수, 산등성이들은 원없이 구경했으니 뭐 나름 여행의 묘미… 였을지도 모르나 나중에 쉬운 길이 있었다는 걸 안 옆사람은 구글맵이 형상이 있었으면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분노했다. ( ”)
저 날 핸드폰도 안 터지는 산속 도로를 달리는데 정말 어처구니 없는 위치에 가끔 집이 보여서 저런 곳에 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기도… 미드 수사물에 나오는 범인들이 저런 집 살면서 사람 납치해다가 뭔 짓을 해도 정말 아무도 모르겠구나 싶더라(?)

https://www.homeaway.com/vacation-rental/p58218vb?uni_id=58218
3박4일 지낸 집은 침실 다섯개짜리 거대(?) 저택.
우리 말고 회사에서 출장오신 두분까지 합쳐 네 팀이 모아 빌렸는데 거대한 부엌과 당구대가 갖춰진 게임룸까지 있어 오, 이것은 영화에서나 보던 집!이라고 감탄을 했더랬다.

버클리에서의 세 식구 고요한 일상이 끝나고 어른 여덟, 아이들 넷에 수인님네 고양이까지 복작복작 모여 밥해먹고 노닥노닥 수다도 떨며 그 사이사이에 방문객들까지 있어 심심할 틈 없었던 여행이 시작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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