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이 책에 대해서는 작가가 마지막에 적어둔

끝으로 이 책의 한계를 지적해 둔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이미 느꼈겠지만, 이 책은 이름난 왕궁과 유적과 절경 사이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잠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인증 사진을 찍는 패키지 여행과 비슷하다.

이 말이 가장 적절한 설명이었다.

헤로도토스에서 유발 하라리까지, 인류의 역사의 흐름이 아닌 인간이 ‘역사를 써온 방법의 역사’에 대한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읽혀서 손에 잡고 한 이틀만에 끝났다.

비전문가도 술술 읽히는 그야말로 친절하고 읽기 편한 가이드북이었고, 매번 특정 역사에 대한 서술만 읽다가 역사를 서술하는 방법에 대한 역사를 읽으니 다음번에 다른 역사서를 볼 때 좀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도 같아 개인적으로는 흡족한 독서였다.

작가 말대로 패키지 여행은 안전하고 편리하지만 깊은 의미를 제공하기는 어렵고, 대신 독자가 그 패키지 여행이 즐거웠다면 즐거웠던 부분에 집중해서 다음에 직접 자유 여행을 한번 더 떠나면 될 일.

책을 읽다보니 문득 내가 다른 책을 보면서 생각했던 “왜 요즘의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보다 맹목적인(?) 애국심이 부족한가”에 대한 답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우나 아슴하게나마 알 것도 같아서 이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감상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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