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읽었던 ‘삼귀’에 좋은 기억만 있어서 같은 미시마야 시리즈의 신작이라 재미는 보장하겠지 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600여 페이지를 저녁나절에 단숨에 읽어내렸는데, 어제 읽은 에세이 책이 내내 미묘하게 문장이 잘 눈에 안 들어와 고생을 해서 그런지 과연 ‘작가의 필력’이라는 건 너무나 중요하구나 새삼 느낀다.
이번에도 슬프거나 무섭거나, 안타깝거나 혹은 애절하거나… 재앙이 갇혀있는 가면이나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서로를 저주하면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행봉신이라는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기발하게 기담을 펼친다. 첫 이야기가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무서웠으면 그 다음 이야기는 어느새 따뜻하고 익살스럽게 분위기를 돌리고 그 사이사이에 깨알같이 사랑 이야기가 꽃이 피어서 책 속의 치카가 반드시 꼭 행복하길 바라는 기분으로 마지막 장을 덮는다.
추해도 좋아. 무서워도 좋아.
벙어리 아씨 中에서
이 요괴는 여러 지방을 돌면서 인형극을 공연할 때마다 지역 영웅 호걸의 손에 퇴치당하겠지. 베이고, 산산조각 나겠지.
와아는 그게 좋아. 극단과 함께 여행하면서, 그 지방의 재앙을 모으는 가타시로가 될 거야.
어느새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은 손에서 좀 멀어졌어도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계속 체크하게 되는 건 이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깊게 깊게 감정으로 파고 들어오는 문장의 힘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