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나는 과거에 대한 책을 썼지만, 그것은 미래와 닮았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던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미래의 연대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만나 직접 들은 이야기를 모았는데 이런 방식이 과연 ‘취재’인가 ‘문학’인가에 대해 이야기는 좀 있다고 하지만 일단 작가는 저널리즘이라기보다 ‘목소리 소설(소설-코러스)’이라고 생각한다고.

얼마전에 봤던 드라마 ‘체르노빌’은 확실히 이 책을 어느 정도 베이스로 하고 있고 이 책을 읽고서도 그렇게 ‘감상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드라마’를 결과물로 내놓은 점은 놀랍다. 그리고 드라마에 미처 나오지 않은, 그 일을 겪은 사람들의 모든 처절함이 이 한권에서 폭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_-;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
이 책을 마저 보면 드라마에 스치듯 지나갔던 한사람 한사람이 이런 사연이 있었겠구나, 마치 퍼즐처럼 맞춰지며 착찹해진다.
지난번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때도 그랬지만 다 읽기까지 몇번이나 ‘이렇게 우울해지는데 내가 이걸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하면서 그럼에도 지난번처럼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마지막 장을 덮었다.

나는 드라마 보자마자 도서관에 책이 있길래 바로 빌려봤더니 한 며칠 정말 우울해져서 가능하면 이 책은 컨디션이 좋을 때에 읽기를 권하고 싶다.
번역은 좀 투박한 편.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아름답고 정의롭게 살며, 우리가 만물의 중심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런 믿음이 깨지면 많은 이들이 뇌졸중에 걸리거나 자살을 한다. 학자 레가소프처럼 심장에 총알을 박는다. 왜냐하면 믿음을 잃고 믿음 없이 남으면, 그 사람은 참가자가 아니라 공범자가 되고 변명할 거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그렇게 이해했다.

한빛 3·4호기 격납건물서 구멍 190곳…최대 깊이 90㎝ (출처 : YTN | 네이버 뉴스)
http://naver.me/564713T6

내가 요며칠 이렇게 달렸는데 이런 기사를 보면 등골이 서늘해지지 않겠나…-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