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이번 주는 프리지아.
지난번 꽃 상태가 좋아서 같은 곳에서 주문했는데 이번에도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아직 채 피지 않은 봉오리 상태로 와서 오래 두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난주에 튤립을 주문할 때 꽃구성에 비해 가격이 너무 싸서(무려 한정 상품이었다!) 나만 보긴 아까워 이 김에 누군가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보내면 요즘처럼 다같이 답답하고 우울할 때에 상대방도 기분전환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누구에게 보내면 좋을까 생각해봤는데 이것도 은근 어렵다. 내가 보낸 깜짝 택배를 받고 ‘어머나!’ 하고 기쁘게 놀라야 하는데 ‘어머나!?’ 하고 놀라긴 하지만 부담스러워할 만한 관계에는 좀 안 맞을 것 같고… ( ”)
일부러 주소를 물어봐서 보내기는 번거롭고 이미 주소를 아는 사람 중에(나는 보통 누구 집에 놀러가면 주소록에 반드시 그 집 동호수를 남겨두는 편이라 집주소가 있다는 건 그 정도는 가깝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나처럼 길어진 방학에 아이들과 고군분투 중인 동지(…) 둘에게 보냈는데 들인 비용에 비해 받은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어차피 그 사람 만나 밥먹고 차 마시면 들 정도 돈으로 너무 보람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주에도 몇몇 동지들에게 배송 완료.

주문한 꽃을 장식해두고 누리는 호사도 좋지만 택배를 받은 상대방의 기쁨을 메신저로 누리는 것도 굉장히 즐거웠다. 어찌보면 후자가 더 기분전환이 됐을 정도.

요즘처럼 사람들의 상황과 의견이 충돌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예민한 시기에는 뉴스나 SNS의 번잡함에서 한 발짝 물러나 일단 내 주위의 좋은 사람에게 적어도 한가지라도 기분 좋은 일을 만들어주고 거기에서 즐거움을 구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다.

내가 주문한 곳은 https://www.instagram.com/kkobaegi/
태안 쪽에 있는 농장이라는데 하루 걸려 택배로 받긴 하지만 산지에서 바로 보내서 그런가 꽃시장에 가서 사는 것에 비해 부족하지 않게 싱싱해서 지난번에 받은 튤립도 꽤 오래가고 스톡도 마지막까지 곱게 남아있었더랬다. 종류가 많지는 않은데 상태가 좋아서 앞으로도 종종 주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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