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건물 모서리를 대단히 애매한 각으로 끼고 카페가 생긴 지 좀 됐다.
동네 엄마 말로는 홍대에서 꽤 유명했던 집이 여기로 옮겼다는데 겉에서 보기에는 꽃집인지 카페인지 잘 구분도 안 가고 그쪽 방향으로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도 않아서 오갈 때마다 손님은 있나… 싶었던 곳.

오늘 뭘 좀 전해주러 사람을 만나야 해서 고민 끝에 밖에서 약속을 잡았는데 상대방도 내가 조심하느라 거의 밖에 나오지 않는 걸 아는 사람이라 동네에서 그나마 사람이 제일 적을만한 장소를 잡은 게 여기였던 모양.
스케줄러를 뒤적여보니 누구를 만난 것도, 카페에 간 것도 꼬박 6개월 만이다.

플라워 카페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카페 안은 꽃보다는 크고 작은 나무들로 가득해서 마치 작은 수목원 같았다. 오늘따라 날씨가 습해서 오히려 강하게 뿜어내는 풀내음에 앉아있는 내내 너무나 힐링이 됐던 시간.
그리 넓지도 않고 언덕이라 단차도 있는 공간을 구석구석 너무 아기자기하고 푸르르게 꾸며놔서 오가며 왜 진작 한번쯤 들어와보지 않았을까, 후회했다.

여럿이 마주 앉아 이야기할만한 테이블은 두어 개, 카페 가장자리를 둘러 일렬로 앉는 자리도 많아서 도서관에서 책 한권 빌려 들어와서 혼자 와서 조용히 읽다가 나오면 너무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코로나가 지나갈 때까지 부디 잘 버텨주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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