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자체제작했다고 해도 믿을만큼 넷플릭스 느낌(?)의 영화.
갑자기 주변에 좀비가 창궐한 상황에서 혼자 살아남은 줄 알았다가 기적적으로 다른 생존자와 만나게 되고 생면부지의 두 사람이 조금씩 교감하면서 결국 목숨을 걸고 접선해 함께 생존을 도모한다는 줄거리는, 뻔하다면 뻔하지만 이야기만 탄탄하다면 얼마든지 재치있게 풀 수 있었을 법한데 무슨 생각으로 만든 건지 지나치게 속도감에만 집착해서 죽도밥도 아닌 채로 영화가 끝나버렸다.
다른 영화 감상평들을 좀 찾아봐도 너무 엉성한 설정에 혀를 차는 글이 대부분.
내가 보기에는 차라리 좀비 설정의 디테일은 버렸어도 고립된 인물들의 심리묘사로 그 공백을 메꿨으면 좀비를 소재로 한, 제한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연극 공연 같은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인물들의 심리 묘사조차 너무 빈약해서 절박한 등장인물들을 보며 이렇게까지 뭐 하나 공감하기 힘들기도 어려울 것 같다.
유아인은 SNS나 예능에 나와 보이는 모습이 별로 호감은 안 가도 베테랑이나 사도에서 연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아슬아슬하게 오버하는 느낌이라 그 연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번 작품은 어딘가 ‘연기를 잘하는 자신에게 도취된’ 연기를 하고 있어서 좀 미묘하다. 기존의 작품들이 사극이거나 성격이 강한 역할이었다면 이번 역은 아무래도 ‘평범’에 가까워서 이런 쪽은 취약한 건가 싶기도 하고… 상대역인 박신혜 같은 경우도 애초에 역할이 너무 무색무취라 배우도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을지 가늠을 못했는지 시종일관 뚱하고 무표정하기만 해서 당황스럽고.
극장용 영화라기에는 부족해보이고 티비용 영화라고 치면 심심할 때 돌려놓고 딴짓하면서 보기 좋은 정도? 각잡고 영화 보는 사람이라면 영화 속 설정 구멍을 끝도 없이 잡아내느라 신나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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