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나 정도 나이만 해도 삐삐에서 핸드폰, 스마트폰의 과정을 거치면서 SNS에 관심이 없으면 거기에 대해 잘 모르고도 지낼 수 있다는 선택지가 있었는데, 요즘의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SNS를 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학원이 바쁜 아이들은 예전처럼 친구들과 모여서 놀 시간이 없어서 어느새 카톡으로 대화방을 만들어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 쉽게 익숙해지고 어른들조차 글로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오해가 쉽게 생기기 마련인데 아무런 연습 없이 바로 단톡방 안에서 생각나는대로 글을 올려대다보면 그 안에서 끊임없이 사고가 터진다. 그럼에도 보통 카톡을 쓰기 전에, 대화방에 글을 올릴 때 조심해야 할 일이라든지 태도에 대해 미리 가르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자주 쓰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요즘에는 누구나 다 잘 알 것 같지만 혜린이 키우면서 만나는 같은 학부모들 중에는 정말로 SNS에 관심없고 그게 어떤 건지 모르는 사람도 많고 매체에서는 맨날 ‘돈 많이 버는 유튜버’ 이야기만 하니 아이가 SNS에 관심을 가지면 내심 ‘이 길로 가서 편하게 돈 벌지도 모르니…’ 라고 기대섞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꽤 자주 본다.

나같은 경우는 내가 쓰고 있는 트위터의 타임라인이나 인스타그램의 랜덤 피드들만 봐도 혜린이가 SNS를 쓰기 전에 뭘 미리 주의시켜야 할지 생각나는 것만도 수십 가지인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영어나 국어 선행이 아니라 이런 인터넷 사용에 대한 제대로 된 공교육이 늘 아쉽다.
스마트폰을 늦게 주고 SNS에 대해 무조건 ‘모르거나’, ‘쓸 줄 모르는’ 상태가 반드시 옳은가 하면, 미국 대통령이 기사보다 트위터에 먼저 정보를 올려대고 신문/뉴스의 신뢰도는 갈수록 바닥을 치는 세상에서 좁은 정보만 접하면서 살아가는 게 맞다고 할 수도 없다.

이 다큐를 보다보니 SNS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부모가 아이에게 ‘SNS를 잘 쓸 수 있도록’ 설득하기도 어렵고 아이들은 앞으로도 무방비하게 안전망 없는 인터넷 세상에 던져지겠구나 싶다.(인터뷰한 전문가조차도 자기가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SNS를 적당히 쓰도록 만드는 데에 엄청난 시간을 들이고 그럼에도 힘이 부친다고 할 정도인데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그게 얼마나 쉽지 않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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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보던 옆사람은 이런 다큐가 나온다 한들 기존의 회사들이 변화하길 기대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 이 다큐는 지금 나처럼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보고(가능하면 아이와 함께 보며) 지금 사용하고 있는, 혹은 앞으로 쓰게 될 SNS가 어떤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우리는 SNS를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SNS가 인간을 소비하고 있고 그게 왜 문제인지를 영상으로 잘 정리해서 보여줘서 나와 아이 모두에게 쓸모가 많을 작품이었다.

이 다큐를 봤다고 해서 진절머리가 난다고─다 보고 나면 문득 SNS에 대한 피로도가 급 상승하기는 하더라─ 당장 쓰던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을 닫기에는 내가 지금 그것들을 쓰는 용도가 분명히 존재해서, 다만 지금까지 소비했던 혹은 소비당했던 것보다는 좀더 시간을 줄이고 싶어지는 정도의 계기는 되었다.

이 다큐에 대한 웹상의 글들이 모두 갖고 있는 아이러니지만 나 역시 이런 SNS의 문제점에 대한 다큐의 감상을 트위터나 페북으로 공유하고 있으니 한번 발을 들이면 완전히 벗어나기도 어려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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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1. 뭐 그래도 요즘 온라인 학습을 하다보니 인터넷 예절이랑 저작권 관련 영상이 매 수업시간마다 나오긴 하더라구요. 열심히 안보기야 하겠지만 계속 반복되니 뭐 나름 세뇌효과가…(쿨럭)

    1. Ritz

      지금은 혜린이 때보다 좀더 나아졌길 바라요. -_- 저런 수업은 어릴 때부터 들을 수록 세뇌(…)라도 될 것 같은데 혜린이 때는 저학년 때 관련 수업이 보통 ‘친구 욕하면 안돼요’ 정도 수준이었거든요. -_-

      1. 지금도 비슷하긴 하던데 그거라도 지키면 뭐…(먼산) 저작권 화면은 정말 수업마다 마지막에 항상 붙어있어서 아기님이 뭐하다가 심심하면 이건 저작권 괜찮냐고 물어보더라구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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