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양 학교는 남녀 비율이 2:1 정도라 한 반에 남학생이 20명, 여학생은 10명 남짓.
지난 학기에 하루는 린양이 집에 와서 하는 말이 남자애들이 칠판에 손가락 모양을 그리며 지들끼리 킬킬대고 심지어 여선생님이 들어오니 무슨 사상 검증마냥 ‘이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하더란다.
그래서 선생님은 뭐라고 하시디, 했더니 평소에도 인터넷 잘 모를 것 같은 선생님이라 그런지 그게 뭔데 하고 지나가셨단다.
칠판에 그러고 있으면 여자애들은 가만히 있느냐고 물으니 애들은 그냥 ‘쟤들이 또 저러는구나’ 하는 정도로 무시하고 지나가는 모양. 순간적으로 나는 너무 화가 나는데 속상한 건 남자애들이 두 배나 많은 교실에서 그 상황에 굳이 린양이 나서서 화를 내야한다고 할 수도 없다.
이 일이 최근까지도 꽤 길게 머릿속에 남아있었는데 요며칠 안산 선수 온라인 학대 건 때문에 보기 싫어도 눈에 들어오는 쓰레기같은 말들 중에 “페미로 오해받기 싫으면 알아서 숏컷을 안 할 것이다”라는 글을 보니 린양이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화가 치솟았다. 사람들은 지금의 2~30대 남자들을 비난하고 있지만 과연 그게 그들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는지? 지금 중학교 2학년 교실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는 인간들이야 늘 있어왔지만 최근 기업이나 공기업조차도 말도 안되는 소리에 즉각적으로 ‘사과’를 하며 반응해주는 걸 보며 딸을 가진 여성으로서 앞으로 내 딸이 살아야 할 세상에 대한 걱정이 조금씩 늘고 있었는데 이번 안산 선수 건을 보며 이번에도 또 누군가가 사과를 하면 어쩌지, 하는 순간적인 공포감은 가뜩이나 더위에 시달리며 매일 흔들흔들하던 멘탈에(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공황장애는 여름에 더 심해지더란. 신경이 온도에 민감해서 그렇다고…) 제대로 대미지를 입혀서 그 뒤로 이틀 가까이 공황으로 너무 힘들었다.
각설하고.
그리하여 요즘 내가 답을 찾고 있는 문제는 중학생 여자아이가 같은 또래 남자아이에게 ‘너 페미냐‘ 라는 질문인지 공격인지 모호한 그 무언가를 들었을 때 어떻게 답해야 두 말 안 붙이고 깔끔하게 끝낼 수 있을까 하는 것.
린양에게 물어보니 ‘왜?’라고 하겠다는데 나는 그 말에 두 마디 이상 오가는 게 싫어서 저 나이대가 알아들을만한 단호한 한 마디를 찾고 싶고 아직도 답을 얻지 못했다. 좋은 의견 절찬 모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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