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작품이 좋아보여서 궁금했는데 마침 넷플릭스 신작에 올라왔길래.

아무 정보 없이 틀었더니 프랑스 영화라 ‘어이쿠, 이거 보다가 자는 거 아닌가’ 했는데 2시간 내내 눈을 떼지 못하고 봤다.

“후회하지 말고 기억해”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멜랑)는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아델 에넬)의 결혼 초상화 의뢰를 받는다. 엘로이즈 모르게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마리안느는 비밀스럽게 그녀를 관찰하며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의 기류에 휩싸이게 되는데…

마리안느는 또릿하게 잘 생기고 엘로이즈는 (턱만 좀더 튀어나오면…) 마치 벨라스케즈 명화의 귀족같은 인상이라 각 캐릭터에 너무 딱 들어맞았는데, 비주얼면에서도 두 배우의 조합이 너무 좋았다.

이 영화에 대해서 한 줄로 표현하자면,

음악, 영상, 이야기 진행까지 무엇 하나 과한 것 없이 우아한 작품.

극적인 갈등도 없고 감정의 고저가 크지도 않은데 신기하게 러닝타임 2시간이 지루한 줄도 모르게 물 흐르듯 흘러간다. 화면에는 배경음악보다는 일상의 소리들이 가득한데 그래서 등장인물들의 시선과 대사에 더 집중하게 되고 마리안느가 캔버스를 그으며 사각거리는 연필소리조차 음악이 된다.

어느 영화에서 이토록 끊임없이 부딪히는 시선과 시선이 하나 버릴 것 없이 애틋할 수 있을지.

마지막에 두 사람이 헤어지는 순간의 엘로이즈의 외침에 마리안느처럼 마음이 무너졌다가 마리안느가 재회한 엘로이즈 그림 속 책 페이지와 엘로이즈의 공연 감상 장면을 그저 먹먹하게 바라봤는데 아델 에넬의 마지막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조용한 시간에 혼자 집중해서 보기 너무 적당한, 잔잔한 여운이 길게 남았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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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ㅎㅎ 벨라스케즈 초상화의 긴 턱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근친혼 때문에 온 유전병이라대요 ㄷㄷㄷ 넷플릭스에 이렇게 볼게 많은디 왜 시작을 못할까요 ㅠ

    1. Ritz

      뒤로 가면 갈수록 심해져서 나중에 태어난 왕 중에는 턱이 너무 나와서 입도 안 다물어지는 사람도 있었다더만요… -_- 저 배우 보면서 아, 외국 애들이 생각하는 ‘귀족 인상’은 저런 거겠구나 싶더라고요.

  2. 불초상!!

    1. Ritz

      저 계속 불초상이라고 타임라인에서 봐서 제목을 자꾸 ‘불타오르는 초상’이라고 잘못 기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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