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백신 3차 예약해놓고 이제는 별일 아니겠지 생각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닌지 기분과 상관없이 명치가 박동하기 시작하고… 뭔가 좀 차분한 영화라도 볼까 해서 틀었는데 목적에는 참으로 충실한 영화였다.
영화를 보면서 새삼 깨달은 건, 나는 참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애착이 크구나였다.
펀처럼 모든 걸 정리하고 밴에 몸을 싣고 혼자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당장 그 밴에 넣어야 할 품목들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생각의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
반대로 어딘가에는 주인공 펀처럼 결국 안정된 일상보다는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먼저인 사람도 있는 거겠지.
끝없는 사막, 벌판…
보고 있으니 미국은 정말 넓디 넓었다.
펀은 발 닿는대로 혹은 일거리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그 사이사이에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기도 하고 어딘가에서는 정착하길 권유받기도 하면서 이야기의 큰 굴곡 없이 영화는 흘러가는데 그 뒤로 잔잔~하게 풍경이 펼쳐져서 왠지 미국 관광 홍보 영상같기도 하고…
나는 캠핑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집 없이 여기저기 발닿는 곳을 향하는 삶을 살 확률은 지극히 낮아서 그런가, 펀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오히려 약간 대리만족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젊은 시절 성실하게 일했는데도 저렇게 노후가 불안정한 사회에 대한 문제는 또 하나의 고민을 남긴다.
이터널스 감독의 영화라는 걸 알고 봐서 그런가, 장르가 전혀 다른 두 작품이 딱 짚기 어려운데 묘하게 비슷한 분위기가 풍기는 점도 흥미로웠다. 이 감독의 감성이 맞는 건지, 내가 이 영화가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이터널스도 별로 나쁘게 보지 않았던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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