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호화로운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가 컸습니다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윌 스미스의 원맨 쇼로 점철된, 여러 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네요.

일단 배경이 바닷 속이다보니 화면의 화려한 맛이 충분히 살아나기가 어려웠던 데다가 캐릭터들도 심하게 전형적이었고, 게다가 결정적으로 이야기 진행이 정말로 무지막지하게 단순합니다.
그야말로 ‘옛날 옛적에~ 한 물고기가 살았는데 말이지~ ….. ~그래서 모두 함께 즐겁게 살았습니다~‘라고나 할까요. 줄거리 구조는 아동용인데, 문제는 화면을 메꿔나가는 소재들은 성인용입니다. 주인공 상어인 레니의 형이 자기 입으로 ‘죠스’의 테마를 흥얼거리고 다닌다거나 대부 상어인 돈(로버트 드니로)이 등장할 때 뒤에 은은히(…) 깔리는 대부의 음악 같은 건 아이들이 보면서 웃을 수 없는 네타일 테니까요.
어른이 보기에는 심하게 허전하고 아이들이 보기에는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애매해서, 두 마리 토끼를 낚으려다 결국 어정쩡하게 둘 다 놓쳐버린 것 같습니다.

오스카(윌 스미스)와 앤지(르네 젤위거) 캐릭터는 많이 진부했던지라
그나마 상어 레니(잭 블랙)의 귀여움이 영화의 활력소였습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에서 기대했던 독특한 아이디어라든지 설정조차도 부족해서 결국 남은 건 유명한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 밖에 없었습니다.
경쾌한 음악과 윌 스미스 특유의 입심으로 분위기를 밝게 띄우려고 했지만 그게 잘 짜여진 구성 속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와 따로 겉돌다 보니 러닝 타임이 긴 뮤직 비디오더군요.
저같은 경우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지라 기대를 많이 했던 만큼 보고 나서 많이 허한 작품이었습니다.

레니의 저 차림은 그야말로 복학생 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