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섬머 워즈’까지는 재미있게 봤지만 ‘늑대 아이’부터 좀 안 맞아서 그 뒤로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일본 개봉 당시에 현지에서 본 지인들 평이 좋아 궁금했던 작품.

대화방에서 쿠팡플레이에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해서 틀었다가 오랜만에 엄청나게 몰입해서 봤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스즈’는 사고로 엄마를 잃은 후 더이상 노래할 수 없게 된다.
평범한 나날이 계속되던 중, 우연히 가상세계 U에 접속하는데…
그녀는 그곳에서 신비로운 가수 ‘벨’로 다시 태어나 순식간에 세계적인 스타가 된다.
그런데 ‘벨’의 대규모 콘서트가 열리는 어느 날, ‘용’이라 불리는 의문의 존재가 나타나고…

큰 상처를 안고 있는 듯한 ‘용’에게 마음이 쓰이는 ‘벨’, 그리고 현실의 ‘스즈’.
과연 ‘스즈’의 목소리는 그에게까지 닿을 수 있을까?

찾아보니 작품에 대한 평이 양극단으로 나뉘는 분위기인데 극중 히로카의 대사처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작품은 인기를 얻기 마련. 이 감독 필모 역대 흥행작으로 기록됐다고.

애초에 극장용으로 만든 작품이라 집에서 티비로 보기에 좀 아까웠다. 국내 개봉했을 때 한참 코로나가 기승이라 갈 엄두도 못 냈었고…

벨 캐릭터 디자인은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상진의 작품.

주인공이 벨,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 ‘용’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작품 안에 들어가 있는 또 하나의 작품은 ‘미녀와 야수’라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섬머워즈 때부터 이 감독이 꾸준히 주장했던 ‘인터넷 공간에서 얻는 인류애’라는 주제를 펼쳐냈다.

무엇보다 나는 일본의 고치현 다카오카군을 실제 배경으로 삼아 그렸다는 일본 시골 특유의 고즈넉한, 공기마저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사실적이면서 너무 좋았다.(근데 그 깡촌에 남학생들 피지컬은 왜 그렇게 좋은거야. 같이 보던 딸내미가 저 애니의 제일 비현실적인 면이라고. 🤣)

러닝타임 안에서 현실의 스즈와 주변의 이야기, U라는 가상 공간 안의 용과 벨의 관계, 용의 정체 등 많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래서 불호인 사람들이 주로 지적하는 것도 이야기 흐름이 유연하지 못하다는 점에 대한 게 많았지만, 나는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섬머 워즈’와 비교하자면 감독이 말하고 싶은 주제를 끊임없이 변주하며 진화시키고 있다는 느낌.

고등학생들의 말랑한 사랑 이야기도, 상처받은 용에 대한 이야기도 모두 일본 애니 특유의 ‘찡함’으로 다가와서 오랜만에 지금보다 애니를 좋아하던 시절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 감독은 꾸준히 ‘가상 공간 안에 모인 사람들의 인류애’에 대한 믿음을 설파하고, 나 자신이 매일매일 SNS에서 인간애가 바스라지는 순간들을 보면서도 이런 작품을 보는 동안 만큼은 그 믿음에 속고 싶어진다.

+벨의 노래가 너무 완벽하지 않아 오히려 몰입하게 되더라.
+이 감독은 여주인공 연기 디렉션은 항상 비슷한 듯. 스즈가 말하는 걸 들으면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마코토가 생각나더란.
+일본 애니 여주인공은 왜 그렇게 잘 넘어지는가…
+용이 있는 곳에서 여주인공 있는 곳까지 버스로 갔으면… 족히 10시간 넘게 걸렸을텐데. 😑 스즈, 니가 어려서 간 거돠…(도쿄에서 오사카까지 야간 버스로 움직이니 7시간인가 그랬는데 뒤로 누울 수 있는 좌석으로 된 버스 타고도 아침에 내리니 삭신이 쑤시더만)

+그러고보니 딸내미랑 보다가 웃겼던 게 중간에 야수가 사람으로 변할 것 같은 순간이 있는데 디즈니 미녀와 야수에서 사람으로 변한 모습이 너무 별로였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나랑 딸내미 둘 다 ‘헉? 사람으로 변하지 뫄~~’를 외침. 😶

뒤쪽에 스폰서 붙는 거 보고 빵 터졌네… 이것이 자본주의.

2 responses

  1. TheEarth

    세 번째 +에 극공감 -_-;;

    1. Ritz

      그죠…-_- 젊은 애들이 왜 가다말고 그렇게들 넘어지는지.
      그래도 쟤는 버스로 최소 10시간은 이동했을 거라 다리에 힘이 풀렸다고 치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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