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ula Rasa

막내 동생이 아직 어렸던 시절에 국내에서 한참 유행했던 것이 바로 일본 특촬물 비디오였습니다. ‘바이오맨‘이라든지 ‘마스크맨‘이라든지 하는 시리즈의 더빙판이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인기 폭발이었고 막내같은 경우는 아예 비디오를 빌려다가 카피를 해서 닳을 때까지 봤기 때문에 보기 싫어도 옆에서 몇 편 정도는 볼 수밖에 없었지요(실은 꽤 재미있음).

이번에 일본에서 세일러문 실사판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생각난 게 바로 이 ‘마스크맨‘ 류의 특촬물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 마스크맨 류도 보는 사람이 오히려 민망할 정도로 유치했지만 그 유치한 맛에 재미있었기 때문에 이 세일러문도 못볼 건 아니겠다 싶긴 했지만, 애니동의 *플님 말씀대로 이 세라문은 ‘얼굴 안 가리는‘ 전대물이지 않습니까. -_-;; 오색찬란한 가발을 뒤집어쓴 언니들이 뛰어다닌다고 생각하니 왠만한 공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선뜻 볼 만한 물건이 아니겠다 싶었지요.

일본에서 방영 후 동영상들이 빨리 올라오고, 본 사람들이 ‘생각 외로 재미있다‘는 평이길래(심지어 겜플님까지) 1화에 도전했습니다.
처음에 볼 때는 세일러 전사 다섯 명이 다 그 얼굴이 그 얼굴로 보이더군요. 게다가 대사도 연기도 보는 사람이 민망해서 잠시 괴로웠으나 사람이라는 게 간사해서 보다보니 적응이 되고 나니 사람도 구분이 가고 대사도 즐기면서 볼 수 있더군요.

1화를 본 전체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보는 사람이 민망하다라는 특촬물의 고비만 잘 넘기고 나면 이 세일러문은 볼만합니다. 25분 정도의 러닝 타임에 이야기도 잘 흘러가고 이런저런 볼거리(?)가 많다보니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보는 내내 정말 여러 가지 면에서 ‘즐겁게‘ 볼 수 있다는 게 이 실사판의 강점이 아닐까 싶네요.

무엇보다도 이 세일러문 실사판에서 가장 볼거리는 변신 장면입니다. 방영 전에 돌아다니던 선행 방송 파일에서 볼 때도 생각했지만 배우의 ‘체형‘만 외면하면 훌륭한 수준입니다. 만화를 저 정도까지 실사로 옮길 수 있는 시대가 왔다니 나름대로 감개무량(?)하네요. 1화에서 우사기의 변신 장면과 필살기가 여러 모로 눈을 즐겁게 해준 지라 앞으로 등장할 나머지 네 명도 기대 만빵입니다.